안 그래도 고공행진해온 농·축·수산물값
AI 재확산·가뭄 더해지며 서민들 한숨 소리 키워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재확산, 가뭄 등으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데이터를 보면 지난달 말 발표된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 다소 꺾이는 듯하던 달걀과 닭고기 가격은 지난 3일 제주 등지에서 고병원성 AI 의심 사례가 나타난 이후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전날 기준 전국 평균 특란 30개들이 한 판 소매가는 7957원으로 평년 가격(5538원) 대비 43.7% 높다. 평년가는 올해를 제외한 최근 5년 간 해당 일자의 평균값이다. 1년 전(4928원)보다는 61.5% 비싸다. 지난달 24일 8000원에서 이달 2일 7839원으로 떨어졌던 달걀 가격은 오름세로 돌아서 8000원대를 넘보고 있다.
닭고기 1㎏ 소매가(중품 기준)는 이달 들어 5800원대와 5900원대를 왔다갔다하며 불안한 모습이다. 12일 가격은 5852원으로 평년과 1년 전보다 각각 6.6%, 14.2% 높다.
달걀·닭고기 모두 지난 AI 발생 이후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수요는 회복돼 가격 상승 국면이었다. AI 재확산 여파의 경우 현실화했다고 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도 상황은 점점 악화 일로를 걷는 중이다. 현재까지 H5N8형 고병원성 AI로 확진된 농가는 6개 시·도, 8개 시·군, 15개 농장이다. 고병원성 확진이 점점 늘어나며 악몽을 재연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겨울에서 올해 봄까지 나온 AI 확진 판정은 모두 383건이었는데, 해당 기간 살처분된 닭, 오리 등 가금류는 3787만마리에 이르렀다. AI 사태가 한창이던 1월 중순 달걀 한 판 소매가는 9500원대까지 치솟았다.
봄채소 출하에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채소류 가격은 가뭄이란 복병을 맞았다. 충남 서부와 경기 남부 등을 중심으로 가뭄이 심화함에 따라 정부는 피해 지역에 가뭄 대책비 166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지난 1일 결정했다. 과거 사례를 돌아보면 대체로 가뭄 발생 후 적어도 3개월 이상 농·축·수산물과 소비자물가가 상승했다.
양파(1kg 상품·2052원)와 마늘(깐마늘 1㎏ 상품·9893원)의 12일 소매가는 평년보다 각각 24%, 23.4% 높다. 당근 상품 1kg(3638원)은 21.2%, 무 상품 1개(1871원)는 5.8% 비싸다.
특히 전체 양파 물량의 80%를 차지하는 만생종 양파의 경우 현재 가뭄으로 수확이 최대 10일가량 지연돼 생산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황 부진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 심리까지 더해지면서 지난 9일 현재 양파 도매가는 20㎏당 2만28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3% 급등했다.
12일 기준 한우 등심(100g 1등급·7736원) 소매가는 평년 대비 19.3% 높다. 한우 갈비(100g 1등급·5269원)는 21.3% 비싸다. 돼지고기 삼겹살(100g 중품·2258원) 가격은 8.9% 높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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