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회의에 조정기능 부여,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청와대가 5일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과 관련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이하 자문회의)에 조정기능을 부여하는 등 그 무게중심을 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현 17부·5처·16청인 현 정부조직을 '18부·5처·17청'으로 개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정책 조직 개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컨트롤타워 기능을 자문회의로 일원화했다는 점이다. 실행 조직(자문회의 사무국 역할)으로 미래창조과학부에 '과학기술혁신본부(이하 혁신본부)'를 설치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권에서 과기정책을 조율했던 국가과학기술심의회(국무총리 소속)와 과학기술전략회의(대통령 직속)는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의 과학기술전략본부도 없어진다. 대신 차관급인 혁신본부가 들어선다. 기존의 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되는 셈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 때와 비슷한 모양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조직개편이 헌법에 맞지 않을 뿐더러 그동안 과학기술계의 목소리와도 동떨어져 있다는 부분이다. 우선 자문회의는 헌법에 '과학기술 혁신 등에 관해 대통령 자문에 응하기 위해 설치한 대통령 직속기구'로 명시돼 있다.
그 역할로는 "과학기술정책의 중장기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주요 정책과제와 대안 제시, 기존 국정과제외 임기 중 추진해야 할 중요 과제를 발굴하고 논의하며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모니터링은 물론 성과 평가 등에 대해 대통령께 자문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적고 있다.
자문회의에 조정기능을 명시한 법적 근거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문회의에 조정기능을 부여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분석이 강하다.
이 같은 명문적 해석과 별개로 자문회의에 대한 그동안의 불신이 더 큰 문제점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자문회의는 과학계 원로들이 집합소였다. 과학계에서 굵직굵직한 역할을 수행한 뒤 은퇴한 이들이 권력을 떠나지 못하고 자문하는 역할에 불과했다. '거수기'는 물론 권력의 입맛에 맞는 말만 해 왔다는 것이다.
한 과학계 인사는 "자문회의는 그야말로 그동안 과학 헤게모니를 장악했던 이들의 식사 모임에 머물렀고 실제로 그랬다"며 "국민 전체의 편의보다는 권력 곁에 기대 자신의 이권을 놓지 않으려는 욕심이 더 앞섰고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화두를 던진 것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과기 정책을 논의하는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에 젊은 과학계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은 없고 여전히 학계에서 이권에 사로잡힌 인물이 포진하고 있어 우려했는데 그 걱정이 현실화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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