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주목한 'SKT T리얼 VR스튜디오' 체험해 보니
구글 플랫폼 '데이드림'과 연계
이용자가 VR 콘텐츠 직접 제작
허공에 뜬 메뉴, 컨트롤러로 작동
AR '탱고'서 불러오기도 가능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구글러(구글 직원들을 일컫는 말)들이 우리 기술을 보고 '정말 멋지다(Pretty cool)'고 하더라고요."
지난 2015년에 이어 올해도 구글 개발자회의(I/O) 2017에 참석한 전진수 SK텔레콤 종합기술원 팀장의 말이다. 올해 구글 I/O 현장에서 소개된 수많은 시연품 중 유일하게 구글러들이 출품하지 않은 제품이 바로 SK텔레콤의 'T리얼 VR 스튜디오(이하 T리얼)'다. 지난 2015년에는 증강현실(AR) 플랫폼 'T-AR'로 참석했는데 이번에는 가상현실(VR) 기술로 또 다시 구글의 초청을 받았다.
전 팀장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기자와 만나 "구글 I/O에는 원칙적으로 외부인이 시연하는 것이 없다"면서 "T리얼을 보더니 구글 측에서 I/O 시작 직전 금요일에 참석을 요청한다고 전격적으로 연락을 해왔다"고 전했다. T리얼은 구글의 VR 플랫폼 '데이드림(Daydream)'과 연계해 이용자가 직접 VR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어떤 제품이길래 구글이 전례없는 초청을 하고 칭찬을 했을까. SK텔레콤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T리얼을 실행해보니, 가상 세계에서 레고 블록을 가지고 노는 느낌이 들었다. 기존 제품이 VR 콘텐츠를 단순하게 감상하는 정도라면 T리얼은 마치 스스로 창조주가 되는 듯한 수준이다.
구글의 레퍼런스폰인 '넥서스'에서 T리얼 앱을 실행한 뒤 데이드림에 장착하면 이용할 수 있다. 눈앞에 파란 배경의 3차원 가상현실과 허공에 3가지 커다란 메뉴창이 보인다. 메뉴 선택은 손에 쥔 데이드림 컨트롤러를 통해 가능하다.
왼쪽 메뉴에서는 각종 캐릭터들이 나열 돼 있다. 컨트롤러로 캐릭터를 고른 뒤 끌어당겨 텅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다. 현재는 SK텔레콤이 미리 개발해놓은 수 십 가지의 캐릭터가 있는데, 향후 이용자들이 직접 캐릭터를 개발해 추가할 수도 있다.
다양한 캐릭터를 배치하는데 컨트롤러의 역할이 중요하다. 캐릭터의 위치, 색상, 방향 등을 컨트롤러로 조절할 수 있다. 컨트롤러를 상하좌우로 돌리면 해당 캐릭터가 이에 따라서 방향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기찻길과 기차를 만들 수도 있다. 원하는 대로 기찻길과 기차를 운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탑승할 수도 있다. 기찻길을 언덕에 설치하고 기차를 타면 마치 청룡열차 느낌이 든다.
최대 10명까지 동시에 접속해 캐릭터를 배치하고, 건물을 짓는 등의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VR 콘텐츠를 서버에 저장하면 T리얼이 설치된 어떠한 플랫폼에서도 구현된다.
특히 AR로 구현이 가능한 점이 특이했다. 구글의 AR 기기 '탱고'에서 이를 불러오고 바닥을 비추니 방금 만든 VR 콘텐츠가 등장했다. 전 팀장은 "구글 관계자들이 데이드림과 탱고를 접목한 시나리오는 SK텔레콤이 처음이라고 수차례 감탄했다"고 말했다.
T리얼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부터 건축 현장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IT업체가 아니더라도 손쉽게 T리얼 플랫폼을 통해 VR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여러 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고 이를 AR로 구현된다는 점을 활용하면 영화 속에서나 봤던 원격회의도 가능할 전망이다.
전 팀장은 "2년 전 구글 I/O에 갔을 때는 탱고 기반으로 공간을 트래킹하는 수준에 그쳤다"라며 "올해는 구글의 최종 미션인 '세상의 정보를 모두가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자'를 VR와 AR가 구현하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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