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국내 금융그룹 수장들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정중동 자세를 보이고 있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은행, NH농협 등의 5대 금융그룹 수장들은 달라질 환경에 대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과거 새 정부가 들어설때 마다 유력 인사에 줄을 대던 관행에서 벗어나 내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더 주력하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의 5대 금융그룹 수장들은 정부나 정치권을 담당하는 대관팀에게 새 정부의 금융정책과 조직개편 등에 대한 예측과 분석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따른 경제ㆍ금융정책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그룹들은 새 정부의 금융정책이 금융소비자 보호와 서민금융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보고, 이에 따른 전략을 구상중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는 이전 보수 정권 보다는 소비자보호와 서민금융 지원에 초점을 둘 것으로 판단한다"며"금융당국의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부 조직과 전략을 다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폐지와 인터넷 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완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7개 금융그룹은 은행연합회가 내놓은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에 맞춰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노조 반발과 당시 야권 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기조에 부딪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시중은행들은 성과연봉제 추진을 밀어붙인다는 기존 방침을 되풀이 하고 있지만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금융그룹 경영진들은 문 대통령과 유력 인사와의 인연이나 관련성이 제기될까봐 조심스런 분위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개인적인 '인연' 문제로 탄핵을 당한 만큼 몸을 더욱 낮추고 있는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금융그룹 일부 경영진이 문 대통령의 학연ㆍ지연으로 맺어져 있다고 알려지자 해당 금융그룹들은 당황해하고 있다. 언급이 된 A은행은 "서로 존재 정도만 아는 사이", "성향이 다르다" 는 등의 선을 긋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평소 동문회에도 잘 참석하지 않아 개인적 인연이 깊은 금융계 인사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며 "괜히 잘 안다고 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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