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메시지에는 관심
[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를 두고 한반도 주변 정세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북한 측이 '반민ㆍ반관' 형태의 1.5트랙 대화를 할 전망이다. 미국은 이번 접촉이 미국 정부와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지만 극한 대립을 이어온 북ㆍ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 국무부는 7일(현지시간) 미국과 북한이 노르웨이에서 8~9일 이틀간 1.5트랙 대화를 할 것이란 일부 언론보도에 "미 정부와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또 이번 접촉이 민간 차원에서 진행된 것을 의미하는 '트랙 2' 접촉이란 점을 지적하며 이 같은 형식의 만남은 전 세계에서 일상적으로 생길 수 있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이번 접촉의 시기나 참가자들을 고려하면 북ㆍ미 간 사전 탐색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일본 아사히TV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이 포함된 북한 당국자들이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미국 측과의 협의를 위해 유럽으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뉴욕에서 북ㆍ미 간 1.5트랙 접촉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에도 북한의 최 국장 등이 뉴욕을 방문해 1.5트랙 접촉을 할 예정이었다. 미 국무부도 이들에 대한 입국 비자를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월 김정남 암살 사건이 터지고 미국이 입국비자를 거부하면서 이 계획은 무산됐다. 이후엔 미국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 사태로 양측의 대화 채널은 봉인된 상태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상황이 적절하다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북ㆍ미 접촉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북한이 최근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근무하던 한국계 미국인을 잇따라 억류한 것도 '인질 외교'를 통한 대미 협상의 명분 축적용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는 민간 접촉 형태일지라도 북한의 최 국장 등을 통해 최근 사태와 관련해 평양 정권의 공식 입장과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은 이미 북한에 체제 보장을 약속하는 대신 평양 당국이 비핵화에 관련된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해놓은 상태다. 미 정부로선 일단 북한 측 고위 관리의 응답 메시지를 떠본 뒤 향후 입장을 재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