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북미 정상회담 제안"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지난 달 26일.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김 부상은 이틀 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났다. 18개월 만에 재개된 북미접촉 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한 수해지원을 전격 발표했다. 당시 북미접촉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미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 국제개발처(USAID)가 복수의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최고 90만 달러(한화 약 9억6천700만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북한 강원도와 황해도 지역에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수해지원을 결정함에 따라 북미관계에 급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올해 들어 국제사회에 식량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이에 미국은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를 북한에 보내 실사를 벌였지만, 실제 식량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양국이 뉴욕 북미접촉에서 관계 개선을 위한 모종의 합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수해 복구를 위한 '인도적 지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국무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북한 관련) 정치, 안보적 우려는 구분한다는 게 미국의 오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도 이미 우리가 북한에 50억원 규모의 식량지원을 제안한데다, 미국이 지난해 수해복구를 지원한 만큼 확대 해석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외교통상부 고위당국자는 "식량지원도 아니고 수해지원 규모가 큰 것도 아니다"면서 "미국이 인도주의적 목적에서 수해지원을 결정한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지난 달 뉴욕 북미접촉에서 미국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지난 17일 '창비주간논평'에서 올린 글에서 미국측 소식통을 이용해 "북측이 협상을 단순화하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북미간 최고위급 당국자 회담, 즉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관계자는 "김 부상이 방미 당시 비공개로 진행된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T)에 참석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 같다"며 "북한이 항상 해왔던 '통 크게 결단하자'는 식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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