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한국의 다음 대통령으로 유력한 후보들이 안보에 대해서는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히 조언해주긴 어렵지만 지금 상황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 미국 대사ㆍ현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
"북핵 위협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바뀐다고 지금의 패턴이 크게 바뀌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태가 워낙 엄중하기 때문에 차기 정부도 외교적으로 상당히 자주 미국 정부 측과 만나야 할 듯하다. 미국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상당히 노력했고 우리도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토의해야 한다. 결국 북핵 위협과 관련해 가장 정확하고 실질적으로 조언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기 때문이다."(외교부 고위 관계자)
"미국에 있는 지인ㆍ친구들로부터 차기 한국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러나 누가 당선되든 대북정책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현실을 걱정해야 할 때다."(유엔 주재 조태열 한국 대사)
최근 미국에서 만난 주요 인사들이 한국의 차기 대통령과 관련해 던진 말들이다.
벚꽃 대선, 역대 최대 수준인 재외 국민 투표율 등에 대해 대화하다 보면 결국 대북정책으로 귀결된다. 그만큼 해외에서는 한국의 새 지도자가 북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한국의 움직임에 따라 중국ㆍ일본ㆍ러시아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한다.
재미있는 것은 "누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과거와 달리 햇볕정책이 힘들 것"이라는 대답이다. 한국의 선거, 정당이 대북정책과 직결되고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 상황 아래서는 북한 문제를 과거처럼 다룰 수 없다는 메시지로 읽히기도 한다.
대학생ㆍ직장인 등 평범한 미국인들과 만나 한국에 대해 대화해도 결국 북한 문제가 나오게 마련이다. 미국의 신문ㆍ방송이 연일 북한과 동북아 정세를 톱뉴스로 다루고 있으니 당연한 일일 듯싶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선도 북한에 쏠려 있다. 그는 북한 압박 차원에서 중국을 적극 이용하는가 하면 이제 "필요할 경우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승부수도 던졌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필요시 추가 대북제제를 준비하겠다"며 북한 정권에 협조한 정황이 있는 중국 기업들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그러나 정작 한국은 지금까지 북한 문제의 핵심에서 빠져 있다시피 했다. 북핵 위협에 대해서는 물론 핵 실험시 미군이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올 때도 한국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외교부 관계자들이 친분으로 한국 입장을 여러 차례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부 관계자들은 "새 대통령이 탄생하면 제대로 해야죠"라며 쓴웃음 지을 뿐이다.
5일 뒤면 한국의 새 대통령이 결정된다. 영사관ㆍ외교라인 등에서는 "새 대통령이 탄생하자마자 가장 먼저 신경 쓰게 될 부분은 바로 북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탄핵 정국을 마무리 지은 뒤 당선된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이 갑자기 성사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은 긴박한 상황인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각국 수장을 연일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 만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이 원하는 부분을 미국 측에 영리하게 전달해 알찬 회담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철학으로 어떻게 대비할지 마음의 준비를 해야 차기 대통령이 그동안 이어진 외교 공백을 확실히 메울 수 있다. 우리의 영리한 외교 전략을 기대한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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