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인사들 "가해자들 법망 빠져 나가는 수법 본보기"
-법조계 "무고죄 실형 비율 높아져…무거운 죄로 인지해야"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성폭력 무고죄는 피해자들의 정당한 호소를 위축시키는 가해자들의 방패막이일까 아니면 피고소인의 억울함을 증명하는 명예훼손에 해당할까.
연예인 박유천(32)씨의 성폭력 사건을 고소했던 여성들이 최근 차례로 무고죄와 명예훼손으로 역고소 되면서 무고죄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무고죄는 타인을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객관적 진실이 아닌 사실이 신고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다.
박씨의 성폭력을 두 번째로 고소했던 A씨의 1심 재판이 4일 열렸다. 검찰은 박씨의 성폭력 혐의는 모두 무혐의로 불기소하고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 두 명의 여성을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가장 처음 성폭력을 고소했던 B씨는 1심에서 무고와 공갈미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해 2심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단체는 성폭력 가해자들의 역고소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상담 현장에선 피해자들이 신고하기를 두려워한다고 주장한다. 역고소 이후 피해자가 한순간에 피의자로 취급되면서 그 과정에서 여성 인권 문제가 발생하고 더불어 성폭력 무고에 대한 왜곡된 통념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여성계 인사들은 무고죄 역고소가 가해자들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수단으로 변질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는 "유명 연예인 사건들은 대부분 성매매와 연결이 돼 있는데 성매매에서도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재판에서 간과되고 있다"며 "행위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 죄를 형사 사법 절차에서 밝힌 만한 증거가 부족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법조계에선 무고죄가 무거운 죄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형법 제156조에 따르면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관공서) 또는 공무원에 대해 허위의 사실(무고)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무고죄로 실형을 받는 비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6 사법연감'을 살펴보면 무고죄로 실형을 받은 피고인 비중은 25.4%로 2011년(21.7%)에 비해 증가했다. 이에 반해 선고유예 판결은 2011년 1.13%에서 2015년 0.52%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선고유예는 죄가 가벼운 범죄인일 경우 형의 선고를 일정 기간 동안 미루는 일로 유예 기간 동안 특정한 사고 없이 지내면 소송이 중지된다.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교수는 "국내에선 무고죄로 처벌받는 강도가 낮다 보니 성폭력 고소가 남발되고 있다"면서 "고소를 한 뒤에도 고소 사유가 맞지 않으면 본인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고소 책임주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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