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지난 2월 기준 충남 서산의 미분양 아파트는 1107가구로 집계됐다. 앞서 한 달 전보다 39가구 줄긴 했지만 미분양 물량이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이달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에서 주택사업을 할 때 예비심사를 받는 등 사전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기존 수분양자나 분양을 염두에 둔 잠재 소비자는 직접적인 영향은 덜하다. 다만 미분양 지역이라는 낙인 탓에 반갑지 않은 소식인 것만은 분명하다.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 가운데 3분의 2 가량은 지방이다. 충북 청주나 충남 아산, 전북 군산, 경북 포항, 경남 창원은 지난해 10월 일찌감치 지정돼 올 상반기까지 관리지역 적용을 받는다. 미분양이 늘거나 줄어드는 속도가 더디면 기간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일부 지방에선 증가폭이 심상치 않다. 대전이나 울산, 제주 등은 지난달 미분양물량이 한 달 전보다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건설사나 사업주체가 시장상황을 잘못 판단한 측면이 크다. 아울러 공급과잉 논란이 일 정도로 최근 2~3년간 분양이 잇따른 데다 대출규제나 청약조건을 강화한 데 따른 영향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은행 문턱이 높아졌고 실수요 외에는 청약을 어렵게 하면서 시장 참여자 상당수의 심리가 얼어붙었단 얘기다. 전체적인 물량은 과거 미분양물량이 한창 급증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적은 수준이나, 공급과 수요 양쪽에서 악재가 맞물리면서 향후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위기 때를 되짚어보면 상당수 사업장에서 미분양이 늘면서 건설사의 경영난으로 번졌다. 개별 회사나 특정 한두 단지만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용인의 한 사업장에서는 장기 미분양 물량을 할인해 판매하면서 기존 수분양자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공공기관이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여 주거복지 일환으로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수년 전에도 정부나 정치권 차원에서 추진되기도 했지만,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거나 재정부담을 늘릴 수 있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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