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최근 미분양물량은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8년 12월 전국 기준 미분양은 16만5599가구로 올해 2월과 비교하면 2.7배가 넘는다.
당시 강남권의 내로라하는 분양단지도 미분양이 속출했고 계약금 반환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마찰이 불거졌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미분양 물량은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한 수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최근 지방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침체가 완연해지는 등 악재가 산적해 하반기 이후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게 문제다.
충북 음성에서 최근 분양한 한 아파트는 1ㆍ2순위 청약에서 접수한 이가 한명도 없었다. 청주의 한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 역시 청약접수에서 전 평형 미달하는 일도 있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분양한 단지 28곳 가운데 11곳이 순위 내 마감하지 못했다.
당장 잠재수요층의 부담이 높아지면서 청약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게됐다. 미국이 연내 수차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면서 국내서도 금리인상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여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이미 은행 문턱이 높아졌는데 금리부담까지 늘어날 경우 주택시장 침체는 피해가기 힘들 전망이다.
입주물량이 본격적으로 느는 하반기에 공급을 앞둔 단지가 많은 점도 시장의 불안요소다. 조기대선 등으로 분양일정을 늦춘 곳이 많은데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수급불일치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2분기 입주하는 아파트는 7만7000여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량 많다.
입주물량이 몰린 곳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이 두드러질 경우 수요자들의 관심도 현재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입주물량은 22만5000여가구로 상반기보다 50%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 같은 추이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건설사나 주택사업자가 확보해놓은 택지가 상당한 데다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그에 맞춰 시장에 풀리는 분양물량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15년과 지난해 주택인허가 물량은 각각 77만가구, 73만가구에 달한다. 통상 인허가 후 2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준공물량에 영향을 준다. 국토연구원은 공급증가로 연간 미분양물량이 지난해 말보다 최대 2만가구 가량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2년간 공급과잉 지적에도 건설사나 주택사업자가 '밀어내기'식으로 분양물량을 쏟아낸 건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최근 분위기는 당시와는 확연히 다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건설사간 경쟁이나 눈치싸움이 치열해졌다"면서 "지난해 11·3대책과 조기대선으로 분양일정을 올 하반기 이후 늦춘 곳이 많은 만큼 상품이나 입지가 떨어지는 곳은 청약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