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지방의 미분양 주택수가 1년새 42.9% 늘어났다. 수도권의 미분양 감소세에도 지방의 미분양 급증에 전국의 미분양 주택수도 10.8% 증가했다. 수도권의 미분양 감소세에도 지방의 미분양 증가 폭이 더 가팔라지면서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수 자체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이 주택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설상가상 올해부턴 아파트 입주 물량도 크게 늘어난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4만3049가구로 전년 동월(3만132가구)보다 1만2917가구 늘었다. 준공 후에도 집 주인을 찾지 못한 이른바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같은 기간 3753가구에서 4989가구로 32.9%(1236가구) 증가했다.
반면 수도권에선 미분양과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 모두 감소했다. 2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 수는 1만8014가구로 전년 동월(2만4971가구)보다 27.9%(6957가구) 줄었다. 악성 미분양도 37.7%(2514가구) 감소했다. 수도권에서의 감소폭이 지방에서의 증가 폭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1년 새 10.8%(5960가구) 늘었다. 지방의 미분양 급증이 전체 미분양 주택 수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지방의 미분양 급증 원인은 공급 물량 과다다. 부동산114의 통계를 보면 지방의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은 2014년 21만840가구, 2015년 24만6767가구, 2016년 22만7785가구 등으로 3년 연속 해마다 20만가구 이상이 공급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방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공급량이 7만가구까지 떨어졌다가 2011년부터 회복돼 15만~17만가구 수준을 보여왔다"며 "그러다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규제 완화가 시작된 2014년 하반기부터 공급량이 크게 늘며 매년 20만가구 이상이 공급됐다"고 말했다.
늘어난 공급을 수요가 따라가지 못한 것도 미분양 증가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한진해운과 STX조선,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ㆍ해운업종의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철강ㆍ정유산업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지 못하면서 지방 주요 도시인 경남과 창원ㆍ거제 등의 주택 소비여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 아파트값도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한국감정원의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보면 지방 매매가격지수는 101.3으로 1년 새 0.3%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도권에선 1.9% 올랐다. 함 센터장은 "신규분양시장에 수요자가 유입되는 이유 중 하나가 시세차익 기대감인데 재고주택 가격 하락에 따라 이마저도 꺾인 상황"이라며 "재고주택 가격 하락과 계약률 저조가 서로 영향을 주는 악순환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부동산시장의 향후 전망은 더 어둡다. 입주량 증가에 따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커서다. 최근 3년간 지방 공급량은 연간 16만5000가구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20만6373가구, 내년엔 21만2315가구로 늘어난다. 여기에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최악의 경우 집주인들이 잔금 납부를 거부하거나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대규모 미입주 사태로 번지면 준공 후 미분양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함 센터장은 "최근 1~2년간 건설사들은 계약금 비중을 낮췄는데 이는 결국 잔금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서 특히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 건설사들은 잔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 자금운영 리스크에 노출돼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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