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합의안 근로시간 52시간…16시간 줄어
-모든 기업 법 위반 전제 큰 혼란 야기
-2015년 노사정대타협 위배…노동계 요구만 반영
-영세 기업에 더 큰 피해…임금감소 추가고용 부담 고스란히 떠앉아
-근로자 이사제, 재벌개혁 등 공약남발 걱정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경영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근로시간 단축 법안'을 두고 "노사정 대타협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아무런 준비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노사 모두에게 공포로 다가온다"며 반대했다.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은 이날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에 앞서 한 인사말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일 환노위 고용노동소위는 2019년 1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 2021년 1월부터 300인 미만 기업에서 1주일 근로시간 한도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16시간 줄어드는 '정무적 합의안'을 도출하고 이날 소위에서 개정안을 심의한다.
김 부회장은 개정안에서 규모별 시행시기를 구분한 것은 "유예"가 아니라 "면벌"이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현재까지 모든 기업들이 법을 위반했다는 전제를 두고 있어 앞으로 큰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이 개정되는 즉시 휴일에 근무할 경우 임금은 현행보다 50% 할증해서 100% 더 줘야한다. 또한 2019년(또는 2021년)부터는 아무리 임금을 더 주어도 주 52시간 이상 근로는 금지된다.
김 부회장은 환노위의 정무적 합의안이 2015년 9월 15일 노사정 대타협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노사정 대타협의 핵심은 근로시간 단축의 전제로 산업현장, 특히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감내할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을 병행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직적인 노동환경 속에서 초과근로는 기업이 경기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초과근로 할증률이 국제노동기구(ILO)기준(25%)보다 2배나 높은 우리 법제에서 초과근로는 근로자들의 추가소득이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노사정은 규모별 4단계 순차 도입과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 허용 등에 합의했다.
김 부회장은 그러나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방향은 합의 전 노동계가 요구했던 내용과 사실상 동일하다"면서 "노사정이 2014년 12월부터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해 보자며 120여 차례 머리를 맞대 도출한 노사정 대타협을 국회가 거꾸로 돌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부회장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방식의 근로시간 단축은 대기업보다 중소ㆍ영세 기업에 더 타격이 크다"며 "경쟁력과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중소기업은 아무런 준비 없이 개정법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만성적 인력부족을 겪는 중소기업이 납품물량과 납기일을 못 맞추고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다 도산이나 폐업 상황에 몰릴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치권 이야기처럼 휴일근로에 중복할증을 하고 근로시간을 줄이면서도 소득은 감소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기업이 신규 일자리를 늘리려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최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조기 대선체제에 돌입하면서 각종 선거정책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폐지, 근로자 이사제, 근로시간 단축, 재벌개혁 등 각종 정책공약이 남발되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r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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