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 금리민감도 커
대출규제·공급과잉에 금리인상 겹쳐 분양시장 공급·수요 위축 전망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의 '금리 민감도'는 최근 부쩍 커졌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공급과잉 논란까지 불거지면서다.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국내서도 인상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저금리에 기반한 청약시장 호황이 올해까지 지속되긴 힘들 것으로 전망하는 이가 많다.
지난 2~3년간 분양시장이 달아오른 요인은 복합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침체로 앞서 4~5년간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데다 각종 규제완화로 정비사업이 수월해지는 등 정책효과도 한몫했다. 유례없이 낮은 금리로 은행문턱이 낮아진 만큼 내집마련에 나선 수요자도 많았다. 분양권 전매를 통한 시세차익도 쏠쏠한 투자처로 인식되면서 투기수요도 적잖이 몰렸다.
금리인상이 이미 예고된 이슈이긴하나 최근 중도금 대출 등을 둘러싸고 일선 현장에선 잡음이 불거지고 있던 터라 시장 안팎에선 악재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국내서도 금리가 인상될 경우 기존 수분양자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향후 분양을 앞둔 사업장 역시 비용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조기대선이 확정되면서 분양일정을 조정하는 게 간접적인 영향이었다면 금리인상에 따른 수급불안은 직접적인 만큼 사업자나 잠재수요자가 체감하는 효과는 더 클 전망이다.
중도금 대출금리는 꾸준히 오름세다. 지난 1월 취급된 은행권 중도금 대출 평균금리는 3.9%로 앞서 2015년 하반기 2%대 중반일 때보다 1%포인트 이상 올랐다. 올해 입주하는 아파트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리스크관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조선업 침체로 지역경기가 악화된 거제에선 이미 5%대로 대출금리가 올랐다. 서울의 한 대규모 재건축단지에선 중도금 대출은행을 제때 구하지 못해 납부일을 늦췄다. 분양성적을 높이기 위해 중도금 무이자나 이자후불제 등을 내걸었던 사업장에선 향후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고심이 커졌다.
한국주택협회가 지난달 협회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8월 이후 분양한 사업장 가운데 집단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한 곳이 3만9000여가구, 금액으로는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95% 이상 계약률을 보이거나 공공택지에서 공급된 아파트 가운데서도 은행을 구하지 못한 곳이 있었다.
실수요자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날 경우 향후 계약포기 등 사회적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고 협회 측은 내다봤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분양시장은 안 그래도 집단대출 문턱이 높은데 레버리지까지 힘들어지니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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