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SK하이닉스가 중국과의 특허 분쟁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ㆍ일본이 아닌 반도체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들을 대상으로 특허 분쟁을 준비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16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 회사 특허분석팀은 최근 스터디 조직인 '중국 TF'를 마련했다. 중국 TF에서는 특허분석팀을 비롯한 사내 구성원들이 참여해 중국 상법, 특허법 등을 공부한다. 정해진 구성원 없이 특허분석팀을 비롯해 특허와 관련된 사내 구성원들이 스터디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가 스터디 조직인 중국 TF를 운영하는 것은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업체들과 한국업체들의 기술격차가 좁혀질 경우 과거 미국ㆍ일본과 겪었던 특허 분쟁을 다시 한 번 겪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 특허보유업체인 램버스와 2000년부터 무려 13년간의 '특허 전쟁'을 벌였다. 두 회사의 특허전쟁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013년 램버스에 2억4000만달러(약 2700억원)를 지급하고 램버스가 보유한 반도체 전제품 기술 관련 특허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간신히 해결됐지만 SK하이닉스에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일본 반도체 업체인 도시바와도 3년간 낸드플래시 특허분쟁을 벌였다.
미국ㆍ일본과는 특허분쟁이 일단락됐지만 중국은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정부 주도 투자로 급속히 성장해오고 있다. 중국 국영 칭화유니그룹의 올해 투자 규모는 삼성전자(14조원)ㆍSK하이닉스(7조원) 대비 10배 가량 많은 1000억달러(120조원)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현재 20% 미만인 반도체 국산화율을 7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3년 후인 2020년엔 기존 D램 대비 상당한 수준의 기술이 필요한 3D낸드 플래시도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중국업체와 한국 업체간의 기술 격차를 3~5년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한국 반도체 업계와 중국 업체간의 기술 격차가 크다고 보기 때문에 정식 TF를 마련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기술 분쟁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하게 될 경우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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