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상승 어렵다는 판단…'인버스 레버리지 ETF'에 한달새 562억원 순유입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코스피가 연중 최고점을 경신하는 등 박스권 상단에 다다르자 투자자들이 슬슬 하락장 베팅에 나서고 있다. 6년간 이어져 온 '박스피(박스권+코스피)' 경험으로 이제 내릴 때가 됐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최근 한달새 '인버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562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하락하면 그 두 배만큼 오르도록 설계됐다. 손실도 두배이므로 증시가 하락할 것이란 확신이 강하게 설 경우에 한해 투자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코스피는 전날 22개월만에 장중 2120선을 돌파했다. 이처럼 박스권 최상단에 근접한 만큼 추가 상승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상품과 정반대로 지수 상승시 두 배 수익을 얻는 '레버리지 ETF'엔 한달새 123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매매주체별로 보면 기관ㆍ외국인과 개인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인버스ㆍ레버리지 ETF 중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상품을 기준으로 최근 한달간 기관과 외국인은 'KODEX 인버스 레버리지 ETF'를 각각 606억원, 22억원어치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은 61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과 개인은 각각 1조8545억원, 1조938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는 것이다. 개인의 경우 ETF와 현물시장의 매매패턴이 '증시 하락'으로 일관성을 보였으나 기관은 ETF엔 '상승', 현물시장에선 '하락'을 점친 셈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기관은 ETF를 통해 혹시 모를 손실을 헤지한 반면 개인은 위험을 그대로 떠안는 대신 더 큰 수익을 노린 의도로 풀이된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도 최근 자금이 꾸준히 빠져나가며 최근 6년째 이어져 온 '박스권 고점→환매' 흐름이 재현되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최근 7거래일 연속 순유출세다. 올 들어 단 4거래일을 제외하고 43거래일 동안 순유출을 기록, 이 기간 2조414억원이 환매로 이탈했다.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투자하는 것을 의미하는 신용공여 잔고도 감소 추세다. 지난 10일 기준 코스피ㆍ코스닥 전체 신용거래융자는 6조9982억원이다. 1, 2월엔 각각 평균 7조964억원과 7조409억원으로 7조원대를 유지했으나 이달 들어 6조원대 수준으로 진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와 국내 정치 불안 등으로 외부 돌발변수에 대한 증시의 적응력이 약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외국인 수급악화 등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이번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면 최근 미국의 장기실질금리와 달러의 관계로 볼 때, 강달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2015년 상황처럼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트럼프 정책과 금리 인상의 만남은 글로벌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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