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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파면]직무정지 92일…여론전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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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터뷰로 승부수…특검 대면조사 불발로 여론 반전 못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상태에 놓였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은 한마디로 여론전의 패배로 요약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92일간의 탄핵기간 동안 직간접적으로 자신이 무죄임을 입증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허사가 되고 말았다.

[朴대통령 파면]직무정지 92일…여론전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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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가 헌재의 판결에 대해 "법리 뿐 아니라 여론까지 감안한 결정으로 본다"고 언급한 것도 탄핵기간 내내 여론에 끌려다녔음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70% 이상이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박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234표의 찬성으로 자신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탄핵안이 통과된 직후 국무위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피눈물이 난다는 게 어떤 심정인지 알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이후 마음을 가다듬으며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과 특별검사팀의 수사에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여론전을 시작한 것은 지난 1월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깜짝 만남부터였다. 탄핵된 후 20일 이상 침묵하던 박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신년인사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직무정지상태인 점을 감안해 휴일인 새해 첫날을 선택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삼성특혜 의혹, 세월호 7시간 의혹, 최순실과의 관계 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비록 여론의 뭇매를 맞기는 했지만 박 대통령 측은 신년 인터뷰를 기점으로 기류 변화가 생겼다고 판단했다. 보수단체가 서서히 집회를 갖고 박 대통령을 옹호한 것도 이 때부터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당시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은 민족 최대명절인 설연휴를 앞둔 같은 달 25일 보수논객인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의 개인 플랫폼인 '정규재TV'와 처음으로 언론인터뷰를 가졌다. 자신에게 호의적인 보수층 결집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인터뷰의 답변 내용도 보수층의 결집 의도를 분명히 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누드 패러디에 대한 반응과 블랙리스트로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 대한 반론성 답변이 이어졌다. 마약설, 굿판설, 불륜설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나라 품격 떨어지는 얘기" "저질스런 거짓말"이라는 다소 강한 어휘를 구사했다.


하지만 좀처럼 여론은 반전되지 않았다. 특별검사법에 따라 특검의 브리핑이 연일 이어지면서 언론의 주목을 피해가지 못한 점이 컸고 세월호 7시간 의혹은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특검이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수사내용을 흘리고 공식 브리핑이 주목을 받는데, 우리로서 여론을 돌릴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불발된데 이어 특검의 대면조사마저 무산되자 여론은 박 대통령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했다. 박 대통령은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 "특검 대면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3월 들어 박 대통령은 또 다시 여론의 반전을 노렸지만 특검과 헌재 출석이 무산되고 변호인단의 궤변과 노골적인 지연 전략이 이어지자 힘을 얻지 못했다. 특검은 3일 일부 기소 내용을 흘렸고 6일 수사종료관련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다시 한번 강조했다.


朴대통령 측은 "특검이 정치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미 돌아선 여론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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