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감도는 靑 "머리 복잡하다"
朴대통령, 선고 때까지 관저에 칩거
黃대행,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 개최
인용時 대국민담화문,
기각時 靑에서 朴대통령과 간담회
與野는 아전인수격 해석 "선고 수용"
문재인 전 대표는 발언 자제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최일권 기자] 탄핵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는 겉으로는 말을 아끼면서도 긴장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법률대리인단으로부터 헌재의 선고일 지정 소식을 보고받은 뒤 별다른 움직임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청와대도 표면적으론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를 여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일정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 참모는 "헌재 판결까지 관저에 머물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기각이나 각하가 되길 기대하지만 인용이 될 경우 생각만 해도 머리가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탄핵 후폭풍'을 우려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여야 모두 '기각'과 '인용'을 전제로 어떤 결정이 나든 승복해야 한다는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은 가운데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는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를 여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탄핵심판 결정에 따른 각각의 시나리오에 대해 검토하고 분야별 대책을 점검했다. 황 권한대행 측 관계자는 "선고 이후 사회갈등이 우려된다"면서 "경찰청이 치안질서확립 방안을 보고하는 등 전 국무위원이 상황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모였다"고 설명했다.
황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의 선고 당일인 10일 공식일정을 아예 잡지 않았다. 평일에 공식일정이 없는 것은 지난해 12월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처음이다. 대신 청사의 집무실에 머물며 선고 결과를 시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황 권한대행은 인용 결정이 나올 경우 곧바로 임시국무회의를 소집해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기각이나 각하되면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하는 국무위원 간담회에 참석해 함께 향후 대책을 숙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 정가는 다소 반응이 엇갈렸다. 여야가 잇따라 선고 승복을 주장하는 논평을 낸 가운데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선고 전 하야' 등의 선언으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직접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각이나 각하의 경우 의원직 전원 사퇴를 공언했던 바른정당은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포스트 탄핵심판' 대책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반면 탄핵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은 이날부터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당 관계자는 "선고 직후 언제든지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앞서 친박(친 박근혜) 핵심 김진태 의원은 한국당 소속 의원 56명으로부터 탄핵심판 각하 또는 기각을 촉구하는 탄원서 서명을 받았다. 서명자 수는 이날까지 60명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주자들의 행보도 엇갈렸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헌재의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일종의 '몸단속'에 나선 셈이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도 각각 오전과 오후에 조계사를 방문, 자승스님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일정을 최소화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단 한 건의 방송 인터뷰에만 응했다.
반면 국민의당에 합류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광주광역시를 찾아 지역별 당직자 간담회를 이어가는 등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도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 패션타운을 찾아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유 의원은 "탄핵이 인용된다면 기각을 주장해온 한국당 의원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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