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2017년 한국경제에 어울리는 4자 성어다. 나라 밖에서 불어오는 근심걱정의 바람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올해 새로 출범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중국과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중국의 보복 조치는 갈수록 강도가 세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월에 미사일을 발사한지 채 1달도 되지 않아 엊그제 다시 미사일을 발사했다. 동북아시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나라 안에도 걱정거리가 쌓여 있다. 첫 번째 고용절벽이다. 2014년 53만30000명에 달했던 신규취업자 수가 작년에는 29만9000명으로 급감했고, 올해는 26만명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두 번째는 급증한 가계부채다. 작년 말 기준 1344조원으로 1년간 역대 최대의 증가폭(141조원)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질적 악화다.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의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했고, 국민들의 실질소득은 0.4% 감소했으며, 가계부채를 갚기 힘든 한계가구는 132만 가구에서 150만 가구로 더 늘어났다.
세 번째 걱정거리는 조선업 구조조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4400억 원의 만기가 4월 21일 도래한다. 만기 연장이 가능할지 걱정이다.
네 번째는 소비 부진이다. 일자리 부족, 가계부채 증가, 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쓸 돈이 부족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 이하로 급락하여 지난 2월에는 94.4를 기록했는데, 2009년 상반기 이후 최저수준이다.
마지막으로 환율 불안정이다. 연초부터 환율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작년 말 1200원 이상 급등했던 환율이 지난 2월말에는 1130원으로 급락했다. 지난 주말에는 다시 1157원으로 올라갔다. 이처럼 환율은 올해 내내 급등락을 반복할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 대미 무역흑자 규모,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 등에 따라 환율은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다. 환율보험에 가입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만 죽어날 것 같아서 안타깝다.
요즘 '4월 위기설'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 정도로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4월 초에 미국을 방문한다. 북한은 과거에 태양절(4.15)과 인민군 창건 기념일(4.25)을 전후하여 자주 도발을 감행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만기일이 4월 21일이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나오는 것도 4월 말이다. 투자자들, 기업 CEO들, 정책 담당자들, 나라의 리더들은 특히 4월에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것들 이외에 수면 아래 숨어 있는 리스크들도 있을 것이다. 소위 '블랙스완'이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일단 출현하면 큰 충격을 주는 리스크를 말한다. 흑조(블랙스완)는 흔하지 않다. 발견하기 어렵다. 설마 하는 방심 속에 숨어 있다. 일단 터졌다 하면 대형 사고다. 1933년의 대공황, 1987년의 블랙먼데이,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그랬다. 우리 경제에도 최근 블랙스완의 꼬리가 보일락 말락 하고 있다. 설마 북한에 급변사태가 생기겠어? 설마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깨지겠어? 설마 가계부채가 아무리 위험하다고 해도 시스템 위기까지야 번지겠어? 설마가 우리 경제를 잡을 수 있다.
블랙스완은 예측이 어려운 만큼 대책 마련도 어렵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다양한 대응 방안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 조직이나 리더십이 중요하고 구성원들의 사명감이 중요하다. 그리고 블랙스완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경제 체질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독감에 걸렸을 때 체력이 약한 사람은 오래 고생하지만, 건장한 청년들은 금새 회복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2017년 한국경제, 건투를 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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