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원 김현욱 교수 美 정부 상향 요구 전망...올해 9441억원
[아시아경제 박희준 편집위원]미국이 향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공세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이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비용 분담을 우리나라 차기 행정부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다 북한 핵미사일을 막기 위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고 하는 만큼 이런 전망은 현실화할 공산이 매우 커 보인다.
미국은 우리나라가 주한미군 주둔비의 약 절반 정도를 부담한다고 평가한다. 올해 9400억원 수준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100% 부담한다면 1조9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혈세로 조성되는 분담금 액수는 많다면 많을 있지만 올해 우리나라의 국방예산(40조3347억원)에 비하면 큰 규모는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올해와 내년까지는 2014년 체결한 분담금협정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과 달리 당장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2019년부터 적용될 주한미군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에 견줘서 우리나라의 분담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간의 이견은 계산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계산방식과 분담금 사용의 투명성을 높인다면 인상하더라도 큰 부담이 더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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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방위비 상향 요구할 것"=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새로 부각된 것은 최근 민간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였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세종연구소가 지난달 27일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외교안보통일' 주제로 연 특별정책토론회에서 '차기정부의 대미정책'이라는 주제 발제에서 "대부분 기업가의 경험에서 경제적 이윤을 중시하는 그(트럼프 대통령-)는 동맹국들이 더 많은 방위비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방위비 분담금이 상향조정 요구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해 2018년으로 예정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는 트럼프나 그의 참모들의 발언 등을 감안하며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지난해 5월 CNN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기존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재확인했다. 그는 울프 블리처 CNN앵커가 "한국은 이미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50%를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100%는 왜 안 되느냐'고 반문했다.
트럼프 캠프의 정책 자문역인 알렉산더 그레이와 피터 나바로는 지난해 11월 '포린 폴리시'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자국 내에 주둔하는 미군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공평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제안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일본은 세계 3위 규모의 경제국가이며 한국은 세계 11위다. 미국의 납세자들이 파괴적인 전쟁을 겪은 두 나라들을 재건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돈과 피가 이들 동맹국으로 하여금 반세기 동안 성숙한 민주정과 발달된 경제를 키울 수 있게 했다. 각 국가들이 오직 완전한 비용 부담(full cost-sharing)을 해야만 공평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를 전액 부담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한국에 구체적 요구를 하지 않고 있지만 협상이 시작되면 틀림없이 이 문제를 꺼낼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폭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관심이 많으니 (한미간 협상 시작 시기가) 조금 당겨질지 모르지만 현시점에서 (미측에서) 구체적인 논의 제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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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올해 9400억 부담하는데 얼마 올려줘야 하나=우리나라의 분담금은 올해 9441억원인데 미국은 이 수치가 영 못마땅한 것이다. 전체 주둔비의 절반 정도이니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주한미군 지위협정(SOFA소파)' 제5조(시설과 구역)에 대한 특별협정(SMA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에 근거해 주한미군 주둔비를 분담하고 있다. 한미 소파 제5조 1항은 시설과 구역을 제외한 제반 경비의 미국 부담 원칙을 정하고 있고 제2항은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시설과 구역의 한국 공여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SMA는 SOFA 제5조의 원칙에 대한 예외조치로서 주한미군 유지 경비 중 일부를 추가로 지원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는 미국이 부담해야 할 것을 우리가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SMA는 우리나라 부담을 인건비, 군수비용, 한국이 지원하는 건설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SMA에 따르면, 한국 지원금은 물가상승률(2017년분의 경우 2015년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정하되 물가상승률 한도는 4%로 돼 있다. 또 주한미군사령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는 현금으로 지원하고 군수비용은 현물로 지원하며, 주한미군 시설 건설비는 현금 지원과 현물로 지원한다. 현물로 지원되는 모든 물자와 보급품, 장비 및 용역은 세금을 면제받고 납세 후 금액을 기준으로 제공된다.
우리나라 분담금은 1991년 1083억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에는 약 8.7배인 9441억원에 이르렀다. 인건비 3630억원, 군사건설 4220억원, 군수지원 1591억원 등이다. 미군의 총 주둔비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우리나라의 분담률을 산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대체로 50%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해 4월19일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한국에 약 2만8500명의 미군을 주둔시키는 비용의 상당한 부담을 분담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미군 주둔 '인적 비용(personnel cost)'의 약 절반을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미국 측이 처음으로 밝힌 공식 수치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미국 측은 어느 정도를 요구할까? 트럼프 행정부 마음에 달렸지만 일본 수준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민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하 평통사)'은 지난해 11월10일 펴낸 현안 자료에서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 때 미국이 일본 수준인 70%가 돼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 안보 전문가인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일본에 견줘 70% 수준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2015년에는 전년 대비 1% 증가했으나 2008년과 2009년 2%, 2010년 4%, 2011년과 2012년 각 3%, 2013년 4%, 2015년 6%가 각각 늘어나는 등 상승폭이 커지고 있는데 조만간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 부담 50%인가, 70%인가=평통사와 김교수는 지금도 우리나라의 부담률이 60% 이상, 심지어 70%를 넘는다고 주장한다.
평통사는 부동산 지원, 각종 세금 및 공공요금 감면 등 간접비용을 포함시켜 계산하면 한국의 분담률은 70%가 넘는다고 주장한다. 평통사는 2013년 제 9차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미국방부의 '2004년 동맹국 방위비분담 보고서'를 분석해 이같은 주장을 폈다.
이 보고서는 동맹국(한국)의 미군주둔비지원에 직접지원 및 간접지원을 다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댄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직접지원은 미군이 고용한 현지 근로자의 인건비 지급이나 개인 사유지 및 시설에 대한 임대료 보상 등과 같이 동맹의 국방예산에서 직접 지출된 지원을 의미하고 간접지원은 정부소유 부지에 대한 임대료 평가나 각종 세금 및 요금의 면제 등을 뜻한다.
평통사는 미국방부 정의에 따라 계산한 결과 이미 2010년도 한국의 분담률(지원율)이 65.1%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방위비분담금 7094억원 외에 카투사·경찰 지원, 부동산 지원, 기지 주변 정비 등 직접지원비 657억원과 토지임대료 평가, 제세 감면, 공공요금 감면, 도로·항만·공항이용료 면제, 철도수송 지원 등 간접지원비 8188억원을 합친 총지원액 1조6749억원을 미국 정부가 지출한 주한미군의 비인적 주둔비(주한미군 총 주둔비용 중 미국 군인과 군속의 인건비를 제외한 비용. NPSC) 7억7330만달러를 나눈 수치다.
유영재 평통사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은 "이 비율도 주한미군에 공여된 토지가 공시지가의 2.5~5%로 저평가된 것을 반영한 것"라면서 "한국의 분담률이 40~50%라는 것은 사실(fact)에 맞지 않으며 우리나라는 직간접비용을 훨씬 더 많이 부담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평통사는 미국 측은 한국의 부담률에 대해 SMA가 규정한 한국 부담분만 인정할 뿐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간접비용까지 모두 계산에 넣어 일본 부담률을 74.5%로 인정해준다고 했다.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간 수치가 다른 것은 계산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면서 "간접비용을 넣고 투명하게 계산한다면 우리의 분담률은 60%를 충분히 넘는다"며 평통사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시민단체의 전문가 판단이다. 미국의 속마음은 알 수가 없다. 그렇다로 미국 측이 대선 시절 트럼프가 내뱉은 말을 근거로 100% 부담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 교수는 "트럼프의 발언은 압박, 기싸움 차원으로 이해된다'면서 "유럽을 에둘러 압박하기 위해 한국의 부담금을 얘기한 것"으로 풀이했다.
김 교수는 "100% 부담 요구는 미국 스스로 한미동맹을 깨자는 것인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고 물었다. 그는 미국 측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하되 분담금 사용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 측은 분담금을 은행에 예치해 이자수입을 얻고도 이를 분담금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은 전례가 있다. 또 계산에서 제외됐던 것도 비용에 넣자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미국 요구를 수용해 올려주되 철저히 점검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협상하기 나름이지만 증액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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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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