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차례 정회 끝 통과
사업분할 안건, 98% 찬성으로 통과돼
4월 독립법인 출범…'각자도생' 체제
노조 "정상적 주총진행 아니다" 법적 대응키로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울산=노태영 기자] 현대중공업 사업분할 안건이 2시간여 진통 끝에 주주총회 문턱을 넘었다. 현대중공업은 27일 오전 11시50분경 주총이 속개되자마자 표결을 부쳐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임시 주총에서는 총 2개의 안건이 처리됐다. 현대중공업의 비(非)조선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고 신설회사에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하는 내용이다. 1호 의안인 사업분할 안건은 기준 주식수 3946만3055주 중 97.9%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감사위원회 선임 안건은 4547만7880주 중 52.3%가 찬성해 가결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사회를 열어 현대중공업의 전기전자ㆍ건설장비ㆍ로봇사업부문을 분할하는 내용을 의결한 바 있다. 이번 주총은 사업분할을 위한 마지막 절차였다.
주총장은 사업분할에 반대하는 노조와 주총을 강행하려는 사측이 대립하며 2시간여 동안 욕설과 고성, 몸싸움이 반복됐다. 주총은 오전 10시경 시작됐지만 노조의 집단행동과 고성으로 장내가 혼란스러워지면서 네차례에 걸쳐 정회됐다.
주총장은 시작 전부터 주주 입장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었다. 사측은 참석 주주가 많아지자 모니터를 갖춘 체육관을 개방해 안내했지만, 노조는 주총장인 강당으로 가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사간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심해지자 경찰은 경력을 동원해 이를 막았다.
사측이 부른 진행요원을 놓고도 고성이 오갔다. 노조원들은 주주입장 전부터 주총장에 먼저 와있던 사람들을 지목하며 나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사측은 "주총 행사 질서유지를 위한 인원"이라고 맞대응했다. 노조는 진행요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절차상 주주자격에 문제가 있다, 고민하지 말고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안건이 통과되기 전 주총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강환구 의장이 안건 설명 과정에서 분사 우호 발언을 하자 격앙된 노조는 삿대질과 함께 단상 위로 올라갔다. 이 과정에서 사측과 노조는 서로 밀치고 당기며 몸싸움을 벌였다. 일부 노조원은 충돌 중 짓밟혀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경찰이 투입돼 들어와 노조의 단상 점거를 막아선 후에야 주총은 속개될 수 있었다. 노조는 주총을 저지하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주총장을 점령했지만 안건 통과를 막진 못했다. 주총장 내 노조원들은 주주 서류 찢어서 허공에 뿌리며 서로를 격려했다.
안건이 주총을 통과함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오는 4월1일부로 분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각 사업부문은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로 새 이름을 달게된다. 이미 물적분할을 완료한 현대그린에너지(태양광발전사업)과 현대글로벌서비스(선박 사후관리업)은 각각 현대중공업, 현대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된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분사로 차입금이 줄며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보게 됐다. 7조원이 넘는 차입금 중 3조원 이상을 분할 회사에 나눠 배정하면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차입금이 줄어든다. 지난해 말 106%였던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도 95% 수준으로 내려간다. 2만3000명에 달하는 현대중공업 전체 인력 중 20%인 4000~5000명은 분사되는 회사로 옮겨갈 예정이다. 소속은 바뀌지만 고용은 올해 말까지 유지된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그만큼의 인력감축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강환구 사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사업분할은 장기화되고 있는 불황에서 각 사업의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이라며 "각 회사를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만들어 주주가치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반대는 변수다. 노조는 이날 주총이 정상적인 진행이 아니었다며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 백형록 노조위원장은 "오늘 주총은 민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앞으로 법적 소송을 진행함과 동시에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 조치에 맞춰 이같은 불법적 주총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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