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성추행·강간, 가해자의 70%는 '아는 사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8초

성추행·강간 가해자 중 '아는 사람' 비율 70% 이상… 스토킹은 80%
경찰 신고는 1.9%에 불과… '어쩔 줄 몰라서' 저항 못한 비율 70%


성추행·강간, 가해자의 70%는 '아는 사람'
AD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성추행, 강간 가해자의 70% 이상이 아는 사람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스토킹의 경우 아는 사람에게 당한 비율이 80%를 웃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직접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27일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지난해 전국 만 19세 이상 64세 이하 남녀 7200명을 대상으로 한 '2016년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성폭력 실태조사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지난 2007년부터 매 3년마다 실시하는 국가통계다.

◆성추행·강간·성희롱 가해자의 대다수는 '아는 사람'
조사에 따르면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행과 협박을 수반한 성추행과 강간의 경우 아는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가 각각 70.0%, 77.7%였다. 강간 미수의 경우 60.1%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당한 피해였다.


발생장소는 성추행(폭행·협박 수반)은 상업지역 34.5%, 강간은 집에서 피해가 발생한 비율이 36.6%로 가장 높았다. 강간미수는 야외·거리·산야가 30.8%를 차지했다.


성추행(폭행/협박 수반)과 강간미수의 경우 19세 이상 35세 미만에 첫 피해를 경험한 비율이 각각 67.6%, 69.8%로 가장 많다. 다만 강간의 경우 피해여성의 63.1%가 19세 미만에 첫 피해를 당했다. 사회적·신체적 약자인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범행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스토킹의 경우 가해자가 아는 사람이었던 비율이 82.3%로 10명 중 8명 꼴이었다. 처음 피해를 입는 연령대는 19세~35세 미만이 72.4%로 가장 많았다. 유형별로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접근하거나 미행함'이 65.6%(복수응답)로 가장 많았으며, 3회 이상 44.8%, 1회 30.6%, 2회 24.6% 순으로 반복 피해가 상당했다.


성희롱의 경우 피해자 중 절반 가량(여성 40.5%, 남성 54.7%)이 3회 이상 지속적으로 피해를 경험했다. 역시 상당수가 아는 사람(여성 66.7%, 남성 74.8%)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


◆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피해 많아… 2차 피해 경험도 多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성폭력 피해로 인해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으며, 2차 피해를 경험하는 비율도 더 높게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 유형별로 평생 동안 한 번이라도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15.1%가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답했다. '신체적 상처'가 있다는 응답은 0.4%였다.


특히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응답한 피해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8배 가량 많았다. 여성 피해자는 5명 중 1명 꼴(20.4%)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대답한 반면, 같은 대답을 한 남성 피해자는 2.6%였다. 신체적 피해의 경우 남성 피해자 전원이 '없다'고 답했다.


성폭력 유경험자 중 2차 피해를 당한 비율도 여성이 더 높았다. 특히 '성폭력 피해는 수치스러운 일이다'라는 말을 들은 여성은 10.3%로 남성(3.4%)에 비해 3배 가량 높았다.


남녀 모두 성폭력 피해 이후 겪은 변화는 ▲타인에 대한 혐오·불신 ▲신변 안전에 대한 두려움 ▲공공장소를 이용하는데 어려움 등으로 나타났다.


◆ 피해당해도 대부분 '어쩔 줄 몰라'… 경찰 신고 1.9% 불과
성폭력 피해자들은 별다른 신고와 저항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경험 여성 2명 중 1명(52.0%)은 성폭력 피해 상황에서 '자리를 옮기거나 뛰어서 도망'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피해 다녔다' (20.5%)는 비율이 높았다. 남성은 '온라인상에서 무시·차단'이 56.9%로 가장 많았다. 남녀 모두 '저항하지 못했음·그냥 당했음'(여성 15.0%, 남성 16.1%)이라고 답한 비율도 상당했다.


피해 당시 저항하지 못한 이유로는 남녀 모두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해서'(여성 63.6%, 남성 78.0%)가 가장 높았다.


피해의 사후 대처에도 어려움을 느낀 것은 마찬가지였다. 성폭력 피해자 중 누군가에게 피해 사실을 말했다는 응답자는 37.9%(여성 48.1%, 남성 14.0%)로, 지난 2013년 33.4%(여성 35.3%, 남성 15.6%)보다 증가했다.


도움을 요청할 때에는 대부분 '이웃이나 친구(여성 82.6%, 남성 86.9%)'에게 연락했다. 112, 사이버수사대 등 경찰에 직접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모두 여성으로, 남성은 경찰 및 피해자 지원체계에 도움을 전혀 요청하지 않았다.


경찰 또는 성폭력 상담소 등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가 가장 많았다.


한편 조사에 따르면 신체적 성폭력(성추행·강간·강간미수) 피해율은 지난 2013년 1.5%에서 지난해 0.8%로 줄어들었다. 국민들은 성폭력 감소를 위해 ▲가해자 처벌 강화 ▲캠페인·홍보 강화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방범용 CCTV 설치 등) 순으로 꼽았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성폭력 피해율이 3년 전에 비해 낮아졌지만, 여전히 외부에 아예 알리지 않거나 공적인 지원체계보단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공공서비스를 적극 홍보하고 일반 국민 대상 예방교육을 확대 등 성폭력방지 캠페인 및 홍보 강화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성추행·강간, 가해자의 70%는 '아는 사람' (제공=여성가족부)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