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족쇄가 풀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여권의 강력한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야권의 '빅2(문재인·안희정)'에 비해 무게감 있는 대선주자가 없는 여당으로서는 홍 지사의 등장이 대선 레이스 흥행에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출마 선언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여권은 홍 지사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홍 지사는 그동안 대권도전에 대한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그는 지난 16일 항소심 선고 후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대선 출마를 시사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홍 지사가 당장 대권 도전을 선언하지는 않겠지만, 조만간 레이스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홍 지사가 대선 도전을 선언하기까지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검찰의 상고 여부다.
홍 지사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자유한국당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로 인한 '당원권 정지' 상태라 대선 경선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당 당규를 보면 당원이 불법행위로 기소가 되면 당원권을 정지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검찰은 항소심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힌바 있다. 당내에서는 검찰의 대법원 상고 여부와 관계없이 홍 지사에 대한 '당원권 정지'를 풀어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할지 말지 여부를 봐야겠다"며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면 당연히(당원권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상고에 나서면 최악의 경우 홍 지사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당원권 정지’ 상태가 계속 유지 될 수 있다. 정치권의 예상대로 4말~5초 조기대선이 실시된다면 홍 지사는 출마의 기회조차 잡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홍 지사가 '양박(양아치 같은 친박)'이라며 혹독하게 비판한 당내 친박(친박근혜) 세력과의 관계 설정도 고민이다. 홍 지사가 여권의 대권후보가 되기 위한 1차 관문은 당내 경선이다. 한국당의 지역기반은 TK(대구·경북)이고 이 지역은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박의 본거지임을 감안할 때 경선 통과를 위해서는 이들의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홍 지사는 항소심 선고 이후 친박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2012년 재·보궐 선거 때 공천을 주지 않고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 사건 때에는 내 정치생명을 끊는다고 일부 양박들이 주도해 국정조사를 하고 검찰에 고발했다"며 "2014년에는 청와대가 주도해 '홍준표를 지지하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고 경남시 의원들을 협박했고, 2015년에는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이 나에게 돈을 줬다고 덮어씌웠다"고 비난했다.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꼽히고 있는 PK(부산·경남)를 기반으로 한 홍 지사를 영입해 대선 구도를 재편하려 했던 친박도 주춤한 모양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인데 무죄가 나와 환영"이라고 밝혔지만 홍 지사의 '양박' 발언이 나온 뒤 "현재 당원권 정지가 돼 있는 상태이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당헌당규를 면밀히 검토하고 당내 여론을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한국당에 그대로 남아 있느냐도 고민이다. 바른정당은 당과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 정체가 고착화 되면서 당내 일각에서 홍 지사의 영입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김용태 대선기획단장은 "바른정당도 양박 때문에 탈당했고 홍 지사도 양박에 시달렸다"며 "비록 홍 지사가 바른정당에 대해 비판했지만, 전선 상으로 같은 편에 있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항소심 선고 직후 한국당 탈당에 대해 일축했다. 하지만 한국당에서 대선 출마가 여의치 않을 경우 둥지를 옮길 가능성을 배제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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