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도쿄선언 이후 수출 효자 노릇 톡톡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지난달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 한국 수출을 견인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선박ㆍ철강 등 주요 산업의 부진 속에서도 증가세를 이어가며 4년 연속 수출액 600억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34년전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의 '2.8 도쿄선언'으로 반도체산업 육성이 본격화됐을 당시에만 해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공 시나리오다. 수출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트럼프발 과세조치,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조치 등에서도 한 발 떨어져있다는 평가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622억280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12.6%를 차지했다. 선박(342억8000만달러ㆍ -14.5%), 자동차(406억3700만달러ㆍ-11.3%), 무선통신기기(296억6500만달러ㆍ -9.0%), 석유제품(264억1700만달러ㆍ-17.5%) 등의 수출을 훨씬 웃돈다.
1990년 처음으로 수출비중 1위에 올라선 반도체(45억4100만달러)는 줄곧 5대 주요품목의 자리를 유지해왔다. 2014년 626억4700만달러(수출비중 10.9%), 2015년 629억1600만달러(11.9%), 2016년 622억2800만달러로 3년 연속 600억달러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사상 최대인 630억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이는 반도체 수요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폭발적으로 늘고있는 데 기인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반도체 수출 증가율도 거침없는 오름세다. 작년 10월 1.7%에서 11월 11.6%로 껑충 뛰더니 12월에는 22.4%, 올해 1월에는 41.6%까지 치솟았다. 1월 반도체 수출은 사상 최대인 6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가전, 공장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메모리 단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중국의 중저가 스마트폰이 고사양화되는 추세에 따라 메모리 탑재용량도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며 반도체 수요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산업은 최근 거세게 일고 있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여파에서도 한발짝 떨어져있다. 완제품이 아닌, 부품에 속하다보니 트럼프발 과세 적용에서 벗어나있다. 또한 지난해 반도체 수출 가운데 대중 수출(242억3647만달러)의 비중은 무려 38.9%에 달하지만, 대체품목이 없다는 점에서 사드보복의 타격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장 반도체 품목에서 사드보복 조치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중국이 10%상당에 불과한 자국업체의 반도체시장 점유율을 5년내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만큼, 우리 반도체 산업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임은 분명하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2001년 9.5%에서 지난해 12.6%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정부가 목표로 한 수출품목 다변화 측면에서는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 내에서도 기술고도화가 필수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정부의 반도체 연구개발(R&D) 전략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며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등 핵심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민간에만 기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반도체 4대분야에 올해 439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4차 산업혁명 대책과 연계한 R&D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