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방역 당국은 이번 구제역이 기존에 남아있던 구제역 바이러스에서 감염된 것인지를 두고 역학조사를 진행중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기온이 낮아지면 활발한 활동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주로 겨울철에 발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잠복기는 보통 1∼2주 가량인 것으로 전해진다. 즉 한파가 불어닥쳤던 지난 설 명절을 전후로 바이러스가 활동을 재개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새로 유입된 바이러스가 아닌 기존 바이러스일 경우에는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추가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당국은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될 확률이 낮다고 보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구제역 특별방역대책으로 소와 돼지 등에 백신을 접종해 이미 높은 수준의 항체 형성률을 확보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작년말 기준으로 소의 경우 항체 형성률이 97.5%에 달하며, 돼지는 75.7%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평균치인 소 95.6%, 돼지 69.7%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현재 긴급 백신접종 등에 대비해 백신 소 200만마리분과 돼지 1320만마리 분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에서 사육되고 있는 소 338만마리의 59.1%, 돼지 1100만마리의 120%에 해당하는 양이다.
다만 여러차례 접종을 해야하는 만큼 구제역 추가 감염 여부에 따라 긴급 백신접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백신 재고량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앞서 전국적인 확산세를 보여왔던 고병원성 조류독감(AI)에 이어 구제역까지 유행할 경우, 농축산물발 물가 인상인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겨울에는 폭설과 한파로 인해 농산물 작황이 부진한 가운데 AI로 인한 계란 가격 상승까지 애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4년3개월 만에 2.0%라는 상승세를 기록했는데 생활물가지수가 지난해보다 2.4% 증가했다. 특히 식품이 4.4%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산물 가운데 달걀이 61.9%나 폭등했으며 배추(78.8), 무(113.0), 귤(39.3), 토마토(37.0), 당근(125.3) 등도 오름세를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제역 확산으로 인해 소고기와 돼지고기값 상승이 겹치면 애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일반 물가도 함께 오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농축산물 뿐만 아니라 국제유가 상승으로 유가도 크게 오르고 있으며 최근 환율 급등까지 겹치고 있어 전체적인 물가 상승률을 밀어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애그플레이션이 심화될 경우 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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