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6만8000가구 입주 예정…1999년 이후 최대치
물량 자체는 '입주폭탄' 수준
"여전히 금리 낮고·1인가구 늘어…입주대란 가능성은 낮아"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올해 전국에 36만8000가구가 쏟아진다. 대규모 입주물량이 집중된 탓에 빈집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금리가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전국적인 입주대란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36만7674가구로 전년(29만2137가구)보다 3.8%(7만5337가구) 증가했다. 일산과 분당, 중동, 평촌 등 1기 신도시의 대규모 입주 막바지인 1999년(36만9544가구) 이후 최대다. 평균 24만9888가구가 집들이를 했던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2016년보다는 47.1%(11만7787가구) 많다.
올해 입주물량 증가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분양 시장 활황에 따른 것이다. 부동산 시장 호조세를 이끌었던 분양 시장이 이젠 '입주대란'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입주물량이 늘어나면 전세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전세금을 통해 잔금을 마련하려던 실수요자의 경우 자금마련이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수분양자가 입주를 포기할 가능성까지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도 입주대란 실현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입주물량 절대치가 많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시장에서의 소화가능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입주대란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채 원장은 "인구성장률은 감소하지만 1인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2035년까지 가구수는 계속 늘어난다"며 "또 고령인구 증가는 주택 수요 감소가 아닌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올해 입주물량 자체가 많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전셋값과 매맷값 모두 하락세가 불가피하다"며 "전국적으론 낙폭이 크진 않겠지만 입주가 몰리는 지역, 가령 지방의 혁신도시의 경우는 입주대란 수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서울과 인접한 지역은 문제가 없겠지만 서울과 거리가 멀고 독립적인 생활권을 구축하고 있는 동탄, 평택, 수원 등은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역전세난, 깡통전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입주량 증가에 따른 영향은 지역별로 차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용 감정원 부동산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입주 총량으로 보기보다는 지역별 수급 상황을 따져 봐야하고 올해와 내년을 함께 봐야한다"며 "대구의 경우 올해 2만2000여가구로 많지만 내년엔 1만3000가구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올해가 고비"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