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문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끝이 어딜까 싶다. 피곤함이 몰려온다. 마침내 법의 심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가 기댈 마지막 언덕이다. 잠잠한 틈을 타 대권 경쟁이 시작됐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도 뛰어들었다. 재미있어졌다.
저마다 공약과 정책을 내놓고 있다. 모두 대권 도전 선언을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공약이나 정책을 논하긴 이르다. 설익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고 빨라진 대통령 선거 시계를 탓해선 안 된다. 설익은 이유는 결국 준비 부족이다. 차별성도 없다. 사회의 혼란 탓인지 정치적 관점의 접근뿐이다.
저마다 추구하는 성장론은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국민성장,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공정성장,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은 혁신성장, 이재명 성남시장은 복지성장 등.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저 성장이란 이름이 붙은 담론에 불과하다. 몸통만 있고 실체도, 주체도 없다. 어떻게만 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빠졌다. 국민의 상처를 달래 주기도 부족한 듯하다. 시대를 반영해 표를 쫓는 정치적 관점의 성장론에 불과하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탄핵 국면이라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다. 산업화 다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성장정책은 짧으면 5년, 길면 50년을 내다봐야 한다. 그리고 무엇으로 성장할 것인가에 답을 줘야 한다. 투쟁적 구호, 즉흥적 담론에 머물러선 안 된다.
대선 주자들의 성장 담론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재벌 죽이기다. 재벌을 죽이면 국민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다음은 무엇인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재벌을 죽인다고 중소기업이 살 것 같지는 않다. 대기업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재벌은 죽이되 대기업은 살려야 한다. 대기업이 함께하지 못하는 성장은 더디고, 둔할 것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새로운 혁명의 기운이 감돈다. 개인적으로 혁명이라는 단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거대한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얼추 정의하면,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생산과 소비가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그리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이를 지배하는 새로운 세상을 의미한다. 우리가 가보지 않은 영역이다.
4차 산업혁명은 속도, 깊이, 융합이 핵심요소이다. 빠른 변화를 깊게 분석하고 융합하는 기업에 유리하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세계 모든 소비자의 행태가 빅데이터로 연결되고 인공지능은 여기서 최적의 전략을 찾아낸다. 기업은 이를 활용해 생산하고 시장을 넓힐 수 있다. 일련의 과정이 빠른 속도로 이뤄진다. 그래서 크고 느린 대기업에 불리하고, 유연하고 빠른 중소기업에 유리하다.
4차 산업혁명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여기서 성장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우리는 창조경제를 경험했다. 그러나 창조경제는 기존 중소기업을 도외시했다. 기존 중소기업은 멀뚱멀뚱하니 처다만 봤다. 창조경제가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하고,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다.
4차 산업혁명에 즈음하여 새로운 정부의 등장이 어찌 보면 다행스럽다. 중소기업을 위한 경제민주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성장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중소기업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다. 4차 산업혁명은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엔 벅찬 부분이 있다. 중소기업이 혼자 빅데이터를 모을 수도 없다. 이런 부분에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여전히 이런 부분을 창조경제처럼 창업기업만으로 채운다면, 실패를 답습할 것이다. 지금 대선 주자들이 고민해야 할 성장의 실체이다.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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