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관례 깬 '발탁승진' 잇달아…우리은행 '승진사전예고제' 실시, 다각도 인사평가 KPI 마련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성과주의 조직문화 확산'에 방점을 둔 상반기 인사를 마무리했다. 전반적으로 승진 연차가 젊어진 데다 개인성과에 따른 발탁승진 사례도 늘었다. 지난해 은행권 노사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강대강(强對强) 대치로 소모전을 벌였던 만큼, '성과있는 곳에 보상이 따른다'는 기조의 내부 인식 개선에 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성과에 따른 승진규모를 대폭 확대한 '상반기 정기인사'를 실시했다고 24일 밝혔다. 총 승진 규모는 561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부지점장급 20%, 과ㆍ차장(4급) 50% 각각 확대됐다. 특히 부서장급 승진자 290명 중 85%가 40대로 채워져 '젊은 부서장'이 대거 전진 배치됐다.
앞서 신한은행은 해외 현지채용 직원에 대해서도 최초 특별승진을 단행하는 등 '국경을 초월한' 성과주의 인사를 실시했다. 2011년 SBJ법인(신한은행 일본법인)에 경력 입행한 코야마 테쯔지 오사카지점 부지점장은 경영악화를 겪고 있던 거래업체와의 지속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돈 약 82억원에 이르는 부실대출을 전액 회수, 약 40억원의 예금을 추가 확보한 실적을 인정받았다.
'때 되면 승진한다'는 관행적 문화를 깨고 이례적 발탁승진 케이스도 배출했다. 박경숙 신한은행 양주금융센터 부지점장은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기존 최소 승진연차보다 1년6개월 일찍 파격 승진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국경, 나이와 상관없이 성과나 역량이 우수하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신한은행의 인사철학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실적이 곧 인사'로 매칭되는 성과주의 인사를 실시했다. 나아가 실적 뿐 아니라 연수포인트, 자격증, 수상이력 등 행원 개인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다각도 지표(KPI) 마련에 나섰다. 이에 따라 우수한 평가를 받은 행원에 대해서는 6개월 전에 미리 승진 여부를 알려주는 '승진사전예고제'를 실시, 각종 혜택을 우선 제공한다.
KEB하나은행도 최근 상반기 인사에서 '40대 지점장'을 대거 발탁했다. 아울러 퇴직자중 성과가 뛰어났던 직원을 추려 지점장으로 재채용 하는 '파격 실험'을 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연봉의 50%(현직 지점장은 15%)를 성과에 따라 지급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성과주의는 결국 조직문화의 변화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은행도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에게 해외연수와 발탁승진 등 기회를 제공해 내부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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