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성회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 시간) 공식 취임한 뒤 첫 거래일을 맞은 23일 코스피는 예상과 달리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언해왔던 자국이익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재확인되면서 국내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38포인트(0.02%) 오른 2065.99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2.31%)가 다시 190만원선을 돌파했고, SK하이닉스(3.36%)도 5만원선을 다시 넘어서며 두 종목이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다만 실적시즌인 만큼 실적에 따라 업종별로 접근할 필요성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 들어 외국인은 철강, 디스플레이, 은행 등을 순매수하면서 철저히 수출 회복과 이익전망치에 따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연구원=기대보다는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던 트럼프 취임식은 큰 영향 없이 지나가는 분위기다. 특히 걱정했던 부분이 보호무역 관련 내용이지만 우려감은 선반영 이후 완화되고 있다. 무역관련 우선순위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이슈는 멕시코 페소화의 움직임을 참고할 필요가 있는데, 올 들어 19일까지 5.8% 상승했던 페소·달러는 오히려 트럼프 취임일 1.8% 하락한 후 월요일에도 추가 하락 중이다. 한국증시에서도 자동차와 철강주의 되돌림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연초 이익전망치의 상향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이례적적 모습이다. 보통 1~2월은 4분기 부진한 실적의 반영과 연간 전망치의 재조정으로 높았던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시기다. 그런데, 올 들어 2017년 연간 영업이익은 3주 동안 1.9% 상향됐다. 지난해 1월 2016년 이익이 5.1% 하향 조정된 것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업종별로는 증권, 반도체·장비, 화학, 디스플레이, 철강 순으로 상향조정 폭이 크다.
외국인은 지난해 10조8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코스피시장에서 이미 1조4000억원을 순매수 중이다. 신흥국에서 한국의 선호도 상승 또한 뚜렷하다. 12월 이후 한국은 21억8000만달러, 브라질 8억4000만달러, 대만 7억4000만달러 등이다. 같은 기간 매수강도는 철강, 디스플레이, 은행, 화학, 자동차 순으로 철저하게 수출 회복과 이익전망치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연초부터 트럼프 정책과 인플레이션 사이클에 힘입은 G2 경기회복 기대감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트럼프 취임, 중국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 등의 여파로 G2 경기회복 기대감은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 트럼프 정책과 인플레이션 모멘텀 관련주 중심으로 매물압력 강화, 주가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 코스피 소재, 산업재 비중 축소의견을 유지한다.
지난 주말 트럼프는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취임사에서 미국 우선주의와 통합을 강조했다. 주목할 부분은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시한 트럼프 6대 정책 기조 중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이다. 미국 셰일 석유와 가스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겠다는 내용으로, 이 수익을 바탕으로 사회간접자본, 공공 인프라 건설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번주 코스피는 본격적인 실적시즌에 돌입함에 따라 실적민감도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소재, 산업재의 하락변동성 확대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소재, 산업재의 실적 불확실성을 확인하면서 인플레이션 사이클에 대한 투자심리가 기대감에서 한계 인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2016년 4분기는 물론, 2017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의 상향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정보기술(IT) 업종의 매력도는 재평가 받을 전망이다.
그동안 트럼프 정책, 인플레이션 사이클 기대감에 상승한 주가가 현실을 직시할 시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비단, 2016년 4분기 실적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이후 시클리컬 업종의 이익 모멘텀이 크게 둔화된다는 점도 현재 주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존에 제시했던 IT 업종 비중확대, 소재, 산업재 비중축소 의견을 유지한다.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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