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 특수 어디로...예전보다 못한 춘절 효과
설화수. 후 등 럭셔리 K뷰티, 샤넬 등 명품매장도 ‘한산’
저가 K-뷰티.K-유아용품 코너만 '북적'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중국인 관광객(요우커) 특수요? 한국 면세점에서 한국 화장품을 박스째 주문하는 ‘싹쓸이 쇼핑’ 풍경도 사라진지 오래됐어요"
22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소공점. 대표적인 K뷰티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와 후 매장에는 요우커들의 발길이 한산해진 모습이다. 제품 계산을 위해 서 있는 고객들은 5~6명 남짓했다. 과거 50~60명씩 줄을 서던 풍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면세점업계가 중국 최대 명절 춘절(1월27일~2월2일)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면세점을 찾은 요우커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지갑도 쉽게 열리지 않는 모습이다. 저가 국내 화장품 브랜드 매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던 반면, 명품 부띠끄 및 패션ㆍ잡화 코너의 경우 방문객 수보다 판매직원의 수가 더 많았다.
특히 샤넬과 루이뷔통 등 요우커들의 주 쇼핑공간이던 해외 명품브랜드 매장들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수백만원대 가방을 몇 개씩 사는 중국인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명품브랜드 매장 한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춘절을 앞두고 요우커 응대하느라 정신없었지만 올해 춘절은 완전히 상황이 바뀌었다"며 "쇼핑 구매단가도 많이 줄었다"고 귀띔했다.
반면 저가 K뷰티 매장에는 10대부터 30대까지의 여성 요우커들로 붐볐다. "클렌징폼 네 개들이 한 박스를 사면 낱개 두 개를 더 드려요.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좋아요. 한 박스에 24달러로, 가격도 저렴해 부담도 없어요." 매장 곳곳에서는 호객행위도 이뤄졌다. 이니스프리 매장 관계자들은 샘플로 제공하는 클렌징폼 수 백 개를 쇼핑백에 쓸어 넣는 작업을 벌였다. 한 개씩 사은품을 비치해놓기에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요우커들의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장 한 구석에는 성인 여성 키 높이만큼 재고박스가 쌓여갔다.
유아동용품에 대한 인기도 뜨거웠다. 30~40대로 보이는 요우커들은 아이와 함께 매장을 방문했다. 한 중년 여성 요우커는 "너무 귀엽다"는 감탄사를 연신 내뱉으며 뽀로로 립밤을 캐릭터별로 집어들었다.
같은 시각 5분거리에 위치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한류스타 전지현이 출연한 ‘푸른바다의 전설’ 촬영장소인 회전그네도 조명 받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회전 그네 맞은편에 위치한 설화수, 후 매장에도 5~6명 남짓한 고객들이 제품을 구경하고 있었다. 반면 캐릭터 상품이 진열된 매장에는 요우커들의 발길이 더 몰린 모습이었다.
한편 면세점 방문 요우커들은 한층 젊어진 모습이었다. 이날 면세점을 방문한 요우커들의 평균 연령대는 10~30대가 주를 이뤘다. 계산대에서는 "롯데백화점 상품권으로 계산해주세요", "5만원 낼테니 1만원으로 거슬러 주세요" 등 20~30대 젊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법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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