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국회 청문회 불출석사유서 제출…특검, 금명간 이재용 부회장 소환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특혜 지원 의혹 수사와 관련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을 소환했다. 삼성이 합병을 돕는 대가로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 모녀를 지원한 것으로 보고 삼성 임원진에 대한 본격 소환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환도 금명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9일 오전 10시부터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장 사장과 최 부회장은 각각 이날 오전 9시 51분과 37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도착해 '최 씨 지원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지시가 있었나', '삼성 뇌물죄 의혹 제기된 상태인데 여전히 피해자라고 생각하는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특검팀은 조사 내용과 진술 태도 등에 따라 조사 과정에서 두 사람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내비친 상태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 핵심인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에 정부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삼성그룹 임원진과 박근혜(직무정지)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그룹 임원에 대한 특검의 소환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은 수사 개시(지난달 21일)에 앞서 장 사장과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사전 접촉한 바 있다. 당시 특검팀은 정식 조사가 아닌 사전정보수집 차원이라고 밝혔다. 최 씨 모녀 지원의 실무를 담당한 의혹을 받는 박 사장은 9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7차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 요구를 받았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최 부회장은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총괄하며 최 씨 모녀에 대한 특혜 지원 대책을 지휘한 책임자로 지목됐다. 미래전략실은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이 독대한 직후 고위 임원회의를 소집해 승마협회 지원을 결정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2015년 8월 최 씨의 독일 개인회사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와 220억원대 승마훈련 컨설팅 계약을 맺고 같은 해 9~10월 모두 78억여원을 최 씨 회사에 직접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 씨의 조카 장시호(구속기소)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 상당을 특혜 지원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결과 이 자금이 삼성전자의 자금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검팀은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을 상대로 최 씨 모녀에 대한 특혜 지원과 영재센터 운영자금 지원이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대가'였는지, 박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미래전략실 고위 임원들의 소환은 삼성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 개시를 의미한다. 이에 이 부회장의 소환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 측은 후원 요구에 대해 거절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적 부담'을 느꼈다며 직권남용ㆍ강요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특검팀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대통령과 뒷거래에 나섰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기업 뇌물죄 수사와 관련해 조만간 SK와 롯데 등 삼성 외 다른 기업들도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8일 "구체적 일정과 수사 방법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조만간)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도 재단 출연 관련해서 의혹 있는 부분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최근 삼성 외 다른 대기업 고위급 인사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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