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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양국의 현명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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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상 위의 중국' 저자 고광석 한중음식문화원장의 소망

"참으로 답답합니다. 승률이 확실하지 않는 도박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한중 양국의 현명한 외교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한·중 양국의 현명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광석 한중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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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상 위의 중국'이란 책을 통해 술과 술자리가 중국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풀어낸 고광석 한중음식문화원장(68)의 안타까움이 묻어난 말이다. 지난해 9월 첫 판이 나온 이 책은 3개월여 만에 2쇄가 나올 만큼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한국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무역보복에 나서는 등 한중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어 그는 "답답하다"고 거듭 말했다.


고 원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재학 중 유신개헌 반대 시위를 하다 구류를 살았다는 이유로 고졸로 한국무역협회에 입사해 전무로 퇴직한 입지전을 쓴 인물이다. 물론 뒤에 복적돼 대학 졸업장을 받았지만 무역협회 최초이자 마지막 고졸 출신 임원이었다. 그는 특히 홍콩지부장, 북경지부장, 국제사업본부장, 전무이사와 한국전락물자관리원장, 한국수입협회 상근부회장 그리고 중국칭화대학 SCE 한국캠퍼스 원장을 역임한 내로라하는 중국 전문가다. 중국 본토인 뺨칠 만큼 중국어가 유창하고 글도 잘 쓴다. 그가 40여권의 문헌을 읽고 중국 곳곳을 10여 차례 방문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한 '술상위의 중국'은 술과 술자리의 관점에서 한국 사람들이 중국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중 양국의 현명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술상위의 중국



고 원장은 5일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술상 위의 중국' 집필 이유에 대해 "1992년 수교 이래로 전 분야에서 한중 우호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음에도 기회만 보이면 한중 간의 틈을 벌이려는 자들이 있어 눈에 거슬린다"면서 "양국의 공생공영을 바라는 오랜 친구들과 함께 두 나라의 미래를 따뜻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고 원장은 "2002년 독자들께 중국의 차와 술에 관한 책을 다시 펴냄으로써 중국의 음식문화에 대한 여정을 마무리하겠노라 약속했는데 이번에 책을 펴내 약속은 어느 정도 지켰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2002년 '중화요리에 담긴 중국'이라는 책을 통해서 중국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과 방법을 제시해 화제를 모았다.


술을 키워드로 한 '술상위의 중국'은 3부로 돼 있다. 1부는 중국의 술, 2부는 술이 빚어낸 역사, 3부는 안주와 주법을 다룬다. 고 원장은 1부에서 중국의 술의 기원에서부터 소흥주, 분주, 마오타이주, 오량액, 검남춘, 양하대국주, 죽엽청, 수정방과 귀주 등 중국의 명주 원산지와 재료, 양조법을 소개하고 사진을 실었다. 2부에서는 술이 빚어낸 재미난 역사를 다룬다. 기원전 공자에서부터 유방과 항우, 한무제와 동박삭, 청나라 말기의 여성 혁명가 추근, 모택동과 주은래 같은 정치지도자는 물론, 진정한 애주가 도연명과 술꾼의 영원한 사부 이태백, 소문난 외상쟁이 두보 등 우리 귀에 익은 문인들의 술과 관련된 사연은 그 어느 책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성현으로 통하는 공자는 대주가였다. 고 원장은 "백 잔의 술잔도 거뜬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논어의 향당편(鄕黨篇)에 나오는 "술은 정해진 양이 없었지만 취해서 흐트러지는 데까지는 오로지 이르지 않으셨다"는 귀절을 인용했다. 또 당송 8대가인 소동파는 문자 그대로 애주가였다. 그는 어느 마을을 가더라도 그 곳의 좋은 술을 찾아 맞고 빚는 법을 물었는데 나중에 이를 발전시켜 몸소 술을 빚다가 '주경(酒經)'이라는 책을 썼다. 고 원장은 "소동파를 주현(酒賢)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인가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 원장은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독특한 술과 술상문화가 발전했으며 역사적 사료가 풍부한 나라"면서 "술과 술자리는 중국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고 원장은 "외교든 상무 자리든 중국인의 마음을 읽고 중국인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을 꿰뚫어보려면 중국 역사를 바꾸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술문화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중국술에 관한한 해박함을 자랑하는 그 역시 애주가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맛집을 찾아다니며 술을 즐긴다. '최고의 중국술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취향에 따라 다르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가격을 따지지 않는다면 마오타이가 좋지만 가격대 성능 즉 가성비를 고려한다면 저는 양하대곡주를 꼽는다"고 말했다. 중국 8대 명주의 하나인 양하대곡은 중국 곡창지대로 황주의 산지인 강소성 사양의 양하 양조장에서 만드는 백주다. 맛이 좋고 향이 일품이어서 많은 칭송을 받는 술이라고 한다.


그가 가장 아끼는 술은 뭘까. 중국 역사상 최초로 황제의 연로를 사용한 백주인 '도광 25'다. 1996년 요녕성에서 청나라 도광제 때(1821~1850년)의 술 창고가 출토됐을 때 나온 술이다. 150년 이상된 술로 한 병에 수백만 원 이상 나간다고 한다. 고 원장은 과거 선물로 받은 도광을 차마 마시지 못하고 아끼고 있다.


고 원장은 앞으로도 중국의 식문화에 대한 책을 한 권 더 펴낼 계획이다. 1988년 홍콩에서 근무할 때 교민들의 월간지인 교민소식에 글을 쓴 게 계기가 돼 '중화요리에 담긴 중국'을 쓴 그는 이를 보완해서 다른 이름으로 낼 생각이다. 고 원장은 "'중화요리에 담긴 중국'이 절판됐지만 반응이 좋아 이를 보완해 '밥상위의 중국'이라는 제목으로 4~5월께 펴낼 계획"이라면서 "내년에는 각도를 달리해 중국의 성풍속도와 남녀상열지사도 다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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