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대통령 탄핵도, 국회 개혁도, 4차 산업혁명도 아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한민국이 당면한 과제 중 가장 시급한 것으로 '교육개혁'을 꼽았다. 인류가 가진 모든 시스템의 가장 근저에 있는 것이 교육이지만 "하도 곪아 터져서 어디서부터 꺼내야할 지 모르겠다"는 게 우리나라 교육 현 주소에 대한 그의 진단이다.
윤 전 장관은 "400개가 넘는 대학을 100개 이내로 줄이고, 당장 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없애라"고 제언했다. 대학생 정원을 대폭 줄이고 직업학교ㆍ상업학교ㆍ지방명문을 활성화시켜, 기술로 떳떳하게 먹고 사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박근혜정부가 내놓은 일학습병행제, 독일ㆍ스위스식 도제제도는 능력ㆍ기술을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이와 맥락을 함께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학구조조정'이 함께 단행되지 못하며 힘을 잃었다.
윤 전 장관은 역대 정권이 대학 구조조정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이유에 대해 "기득권 세력, 국회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그는 "사학 구조조정에 필요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단법인이 (사립학교를 폐쇄할 경우) 일정 돈을 회수할 수 있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종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 상 비영리법인, 사단법인이 사립학교 등을 폐쇄할 경우 관련 재산은 국가에 귀속되도록 돼 있다.
또한 윤 전 장관은 "수능시험을 없애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뽑도록 해야한다"며 "혁명적 조치, 자율화하면 오히려 대학이 견디질 못해 구조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 재정은 국공립에 집중적으로 지원해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갈수 있도록 돕고, 국공립과 사학 간 경쟁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의 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교육부 출신들이 대학교 사무국장 등으로 가다보니 1년에 1∼2개도 구조조정하지 못하는 게 현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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