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리셋코리아]비선 놀이터 전락한 '국정 시스템' 복원을

시계아이콘01분 2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수첩정치의 말로…소통 꺼리고 시스템 무력화
"권력 집중 시스템 개선해야…토론 문화 조성"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수첩공주'. 국회의원 시절 늘 한 손에 수첩을 들고 다닌다고 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수첩공주'라는 별명에 대해 "소신과 원칙을 지켜주고 약속을 잊지 않도록 하는 수첩의 용도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에게 수첩은 원칙과 약속을 상징하는 도구였던 것이다.

그런 수첩이 이젠 '불통'(不通)의 상징으로 통하며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반복된 인사실패는 '수첩 인사' 때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의 수첩에 적히지 않으면 아무리 능력과 인품이 훌륭해도 공직에 나설 수 없다는 걸 꼬집은 것이다. 박 대통령의 수첩 정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집과 불통의 이미지로 굳어졌다.


2013년 취임 이후 받아쓰기를 강조해 온 박 대통령.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17권에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이 수첩들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에 깊숙이 연루돼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 역할을 하고 있다.

정상적인 청와대의 모습이라면 대통령과 수석들이 수시로 모여 치열하게 국정 전반에 대해 토론을 펼쳤을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에선 달랐다. 비서실장조차 대통령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괜찮은' 경제학자로 알려진 안 전 수석이 가끔 걸려오는 박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수첩을 펼쳐 지시를 받아 적는 모습을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힐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결국 불통의 산물이다. 대통령이 국정에 대해 비서진, 전문가 등과 소통하지 않으니 사람들은 비선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번 정부에선 김기춘 실장을 통하면 된다.", "우병우 수석에게 줄을 대면 한 자리 얻을 수 있다." 관가에서 떠돌던 이 같은 말들이 있었지만, 사실 그 뒤엔 최순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스템이 실종 후 대한민국 국정은 비선들의 놀이터로 변했다. 비선들의 낙하산 부대는 정부부처 뿐 아니라 민간 기업까지 침투했다. 민간의 시스템도 정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인 삼성마저 최순실을 찾아가는 상황이 됐다. 불투명한 시스템은 이렇게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내려앉으며 좀먹고 있다.


소통은 늘 우리 사회의 화두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불통에 신음하고 있다. 소통의 채널을 열고 시스템을 복원하지 않으면, 역사는 반복된다. 최영진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과)는 "과거 소통을 원활하게 했다는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도 측근 비리는 있었다"며 "인사와 예산 등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고, 이를 통제할 수 없는게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다른 말을 할 수 있고,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제2·3의 최순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