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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그래도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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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그래도 미래는 밝다 조인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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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입시상담 쫓아다니기도 겸연쩍어서…"


수화기 너머 고3 자녀를 둔 학부모가 말꼬리를 흐린다. 대학 학과를 지원하려는데 졸업하면 진로가 어떻게 되는지 소소한 조언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싶어 말을 꺼내면서도 못내 마음이 쓰이는 눈치다.

연말 연초에 걸쳐 전국 4년제 대학들이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받고 있다. 수시모집 비중이 70%까지 늘어나면서 정시에 지원하는 학생 수가 줄어든 탓도 있겠지만 어수선한 정국에 묻혀 2017학년도 입시는 그다지 주목도 받지 못한 채 벌써 종반부로 접어들었다.


세계에서 제일 가는 교육열과 입시 전쟁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입시철 이슈가 이토록 조용히 묻혀가다니….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교육농단은 새해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의혹은 아직 본격적으로 밝혀지지도 못했고, 안타깝게도 국민들의 분노와 충격은 당분간 계속돼야 할 처지다.

되짚어 보면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이나 학사특혜 의혹이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사건은 아니었다. 특권층의 예체능계 입시 비리는 과거에도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져나와 우리사회를 뒤흔들었고, 매번 그 뒤에는 돈과 권력의 힘이 있었다.


이번 사건은 부정의 방법이나 과정도, 연루된 사람들의 면면도 충격적이었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편법과 특혜가 동원됐고, 중·고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비리가 닿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스케일이 남달랐다. 교사와 교장, 교수와 총장까지 양심을 내던진 이들은 지금도 모르쇠로 발뺌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우리사회의 최후의 보루, 마지막 남은 희망과도 같은 학교와 입시의 공정성이 무너진 데 개탄하고 공분했다.


최근 만난 한 교육계 인사는 그나마 이 비정상적인 교육농단 사건을 바로잡은 게 다름 아닌 우리의 높은 교육 수준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광장에 모여 촛불을 높이 들고, 진실을 요구하는 함성으로 민의를 표현한 평화적인 집회야말로 우리 국민의 교양과 의식을 드러낸 하나의 상징이라고도 했다.


새해 우리는 조만간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목도하게 된다. 속도를 내기 시작한 특별검사팀이 그간의 의혹과 비리를 낱낱이 밝혀낼 수 있을지, 그래서 국정농단의 주범들이 응당한 벌을 받을지, 우리는 이전보다 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회복할 수 있을지 말이다.


그리고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혼란하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한 나라꼴을 지켜본 학생들은 훗날 부끄럽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데 더욱 앞장설 것이다. 직접 보고 듣고, 몸으로 느끼고 스스로 참여해 이뤄낸 새로운 사회를 더 간절한 열망으로 지켜가리라 기대한다.




조인경 사회부 차장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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