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김효진 기자] 헌법재판소가 21일 탄핵심판 사건의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증인 또는 당사자 신문을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탄핵심판 사건 심리가 본격화되는 첫 준비절차기일(22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후 진행될 변론기일에 박 대통령의 증인 또는 당사자 출석 여부가 쟁점이 됐다. 준비절차기일에는 사건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각종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데 기일 진행 과정에서 탄핵소추 청구인인 국회가 박 대통령을 증인이나 당사자로 심판정에 세우는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헌재법 79조는 증인 출석을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는 박 대통령의 증인 출석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탄핵심판 사건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 헌재는 당사자가 응하지 않을 경우 직접 신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헌재가 근거로 제시한 것은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다시 기일을 정해야하고, 다시 정한 기일에도 나오지 않으면 출석 없이 심리할 수 있다'는 헌재법 52조 규정이다.
2004년 탄핵심판 때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고, 다음 기일에 노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이 참석해 진행했다. 당시 소추위원 측에서 당사자 신문 신청을 했지만 채택하지 않았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재판부가 결정할 문제라는 점에서 공식적인 설명은 어렵지만 (소추위원 측에서) 증인 또는 당사자 신문 신청을 하더라도 채택되지 않을 확률이 99%”라고 설명했다. 이는 변론기일을 앞두고 박 대통령 당사자 신문과 관련해 헌재가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22일 있을 첫 준비절차기일에는 양 당사자인 국회 소추위원과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이 각각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앞으로 진행할 탄핵심판 사건 심리의 밑그림을 그리는 ‘쟁점 정리’가 주목적인 만큼 증거목록과 증인 채택을 두고 양측의 팽팽한 대립이 예상된다.
헌재는 이날 국회 소추위원단의 답변서 공개와 헌재가 특검과 검찰에 요청한 수사기록 관련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의신청에 대한 결론도 밝힐 예정이다. 헌재는 21일 전체 재판관회의에서 두 현안에 대한 처리 방안을 확정하고, 준비절차기일에 고지키로 했다.
앞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국회 소추위원단이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서를 공개한 것을 문제 삼고 이를 제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헌재가 특검과 검찰에 요청한 수사기록에 대해서는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헌재법 규정을 들어 이의신청을 냈다.
한편,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은 이날 헌재에 '입증계획 및 증거조사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의견서에서 국회 측은 주요 핵심 증인으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김종 전 문체부 차관, 차은택씨,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고영태씨,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전 국가안보실장인 김장수 주중대사, 한상훈 전 청와대 조리장,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 등 11명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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