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현대기아차가 하반기 해외법인장 회의를 통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신규시장 개척을 내년 사업전략으로 내세웠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자유 토론' 형식을 도입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양재동 본사에서 각각 하반기 해외법인장 회의를 실시했다.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총 50여 명은 올해 지역별 실적과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내년 생산·판매 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20일에는 정의선 부회장과 이형근 부회장 주재로 각각 종합 회의를 갖고 법인장 회의 기간 동안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내년 각 시장 사업계획을 구체화했다.
특히 이번 법인장 회의부터 자유 토론을 강화해 본사 부문과 해외법인장은 물론 해외법인장간에도 의견 교환이 활발히 이뤄졌다. 최근 정몽구 회장은 "임직원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각 부문이 자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라"며 자율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은 물론 자동차 시장 경쟁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가진 해외법인장들이 자율적인 토론으로 더 생산적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장들 글로벌 전략 심도깊게 논의= 법인장들은 지난주부터 양사 각각 지역별 점검 회의, 해외영업본부장 간담회, 경영환경 설명회, CEO 주관 회의 등을 진행하며 각 지역의 세세한 상황부터 큰 틀의 글로벌 전략까지 심도 깊게 논의했다. 또한 남양연구소를 방문해 각 사 출시 예정 신차뿐 아니라 개발중인 전략차 개발 현황도 직접 살펴보고 연구소 부문과의 워크숍도 진행했다.
이 기간 동안 각 법인장들은 친환경차 소비자 체험 확대 방안, 신형 B급 SUV의 유럽 출시 전략, 아세안 판매 활성화 방안 등 세부 계획들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법인장들은 수요 증가세인 SUV 신차 출시와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 및 신흥시장 경기 침체 등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수립했다. 특히 양사 북중미지역 법인장들은 내년 미국의 수요 하락 대응방안에 대해 적극 논의했다. 미국 신정부 출범으로 인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시의 영향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의견을 교환하고 각 시나리오별 판매 전략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경영환경 설명회에서는 중국시장이 화두에 올랐다. 세계 최대 시장인 만큼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수요 증가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올해 중국은 구매세 인하 정책(10% → 5%)으로 인해 두 자릿수나 수요가 증가하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이끌었다. 중국지역 법인장들은 구매세 인하 폭이 축소(10% → 7.5%)되는 것에 주목했다. 아직 중국 정부안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판매 환경 악화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글로벌경영연구소는 물론 타 지역 법인장들과 토의를 진행했다.
환율과 유가도 뜨거운 토의 주제였다. 법인장들은 미국 대선 이후 각 지역의 환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경쟁 환경과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엔화와 유로화는 물론 러시아 루블, 브라질 헤알, 멕시코 페소, 터키 리라 등 각 지역 환율의 세세한 변화 추이까지 확인하며 내년 전략을 가다듬었다. 중동 및 러시아 부문은 유가 상승 여부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현대기아차 해외 생산법인장들도 한 자리에 모여 현안을 점검했다. 법인장들은 내년 공장별로 신차 생산 선행단계부터 점검을 강화해 품질을 조기에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체코공장은 i30 생산이 본격화되고 멕시코공장은 신형 프라이드, 앨라배마공장은 쏘나타 상품성 개선 모델, 브라질공장은 크레타를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 공장도 신형 위에둥, 중국형 쏘렌토뿐 아니라 중국 전략 신차들이 대거 투입된다. 이와 함께 신규 및 기존 공장의 법인장간 양산 품질과 생산성을 꾸준히 유지하는 전략들에 대해서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년 글로벌 車시장 성장 둔화·SUV 인기 지속= 현대기아차는 내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주요 시장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별로 보면 미국은 금융위기 이전 수요 완전 회복과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7년만에 마이너스 성장(-0.1%)을 기록하고 올해 글로벌 성장의 중심축이었던 유럽은 대기수요 소진 등으로 성장이 정체(0.6%)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자릿수 이상 판매 증가율을 보였던 중국은 구매세 인하 정책 축소로 인해 4.4% 증가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시장은 경기 부진 지속,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수요가 3.5% 감소하며 올해(-0.7%)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시장의 수요 감소 및 정체 속에 인도와 아세안 시장은 각각 6.2%, 7.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급별로는 SUV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친환경차 시장도 주요 메이커들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신차 출시가 이어지며 꾸준히 성장할 것이란 판단이다.
◆치열한 경쟁, SUV로 뚫는다= 주요 시장의 수요가 둔화되며 메이커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영향 등으로 엔화와 유로화 약세가 이어지며 일본 및 유럽 메이커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다양한 마케팅, 인센티브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SUV 라인업 확대 ▲판매 최우선 지원 체제 구축 ▲신규 시장 개척 ▲승용 모델 경쟁력 향상 ▲품질 및 고객서비스 강화를 통해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먼저 SUV 라인업 확충을 통해 지속 성장하고 있는 SUV 시장에서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소형 SUV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국내는 물론 유럽 등 해외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신흥시장에서는 크레타(인도, 러시아 등), ix25(중국), KX3(중국), 선진시장에서는 신규 차종으로 소형 SUV 수요를 적극 유인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쏘렌토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하고 중국에서도 중국형 쏘렌토와 가격 경쟁력 높인 준중형 SUV를 출시하는 등 SUV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신차 출시 및 지역별 특화 모델 개발 등을 통해 승용차 경쟁력도 크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쏘나타 상품성 개선 모델로 중형차 점유율을 높이고 유럽에서는 핵심 차종인 i30를 본격 판매할 예정이다. 기아차는 주력 소형 모델인 모닝과 프라이드를 새롭게 선보인다. 또한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컨셉의 신차 출시와 K7 미국 본격 판매를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중형 럭셔리 세단을 라인업에 추가한다. 내년 하반기 새로운 제네시스 G70을 출시하며 미국에서는 G80 상품성 개선 모델(국내 현 G80과 동일 모델)을 투입해 프리미엄 시장 판매 기반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친환경차 시장 공략도 가속화한다. 그랜저 하이브리드(HEV), 아이오닉 PHEV, 니로 PHEV를 출시하고 미국에 니로 HEV를 출시, 글로벌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잠재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성장시장인 아세안 지역에서의 판매를 강화하고 멕시코, 중국 창저우 등 신규 공장의 안정화를 통해 중남미와 중국 지방 지역을 본격 공략한다. 특히 내년 완공되는 충칭공장에서 생산한 중국 전략 모델로 중국 내륙에서의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무엇보다 판매 현장의 요청사항을 차량개발에 적극 반영하고 전 부문이 영업부문의 판매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판매 최우선 지원 체계를 갖출 것"이라며 "미래 자동차 핵심 기술 개발과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지속 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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