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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sts] 박근혜의 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53초

언어와 심리의 창으로 들여다본 한 문제적 정치인의 초상

[Latests] 박근혜의 말 박근혜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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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기 전이라면, 그러니까 10월에만 이 책이 나왔다면 제법 큰 관심을 끌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언어는 ‘뭔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의심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전여옥 전 의원은 이미 지난 2012년 1월 출간한 '전여옥의 私(사), 생활을 말하다'라는 자서전에서 박대통령의 단답형 답변을 지적하며 "어찌 보면 말 배우는 어린이들이 흔히 쓰는 '베이비 토크'와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는 늘 짧게 대답한다”면서 ‘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 등의 발언을 예로 들며 “국민들은 처음에는 무슨 심오한 뜻이 있겠거니 했다. 그러나 사실 아무 내용 없다”고 꼬집었다. ‘박근혜의 말’을 쓴 최종희는 전여옥보다 훨씬 더 깊이, 냉철하게 들여다보았다.


칼럼니스트 박종권은 박 대통령의 짧은 언어를 신비주의와 연결해 생각했다. 이 신비주의는 별로 기분 좋지 않은, 황홀하고 짜릿한 느낌이 들기보다는 뭔가 음산하고 희뿌연 ‘불쾌한 미지의 영역’에 대한 상상이다. 그는 말하기를 “신비주의를 가면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짐짓 외면하고, 입을 닫으면서 미스틱(mystic)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사실 정면으로 바라볼 엄두나 용기가 없고 자신의 '깜냥'을 드러낼까 두려운 것인데, 팬(추종자)들은 이를 신비스럽다고 칭송한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지독한 역설을 우리에게 이해시킨다. “어쩌면 가면은 서로가 필요할지 모른다. 쓰는 사람은 실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고, 보는 사람은 실체를 알고 싶지 않다. '신비'가 아니라 '가면'인줄 알면서도 열광한다. 자아방어기제, 즉 심리적인 안정감이 필요한 것이다. 그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것이다. "네가 믿는 대로 될지어다!" 확신(確信)과 미신(迷信)은 어차피 나와 너의 관점 차이 아니겠는가. 나에겐 확신이지만, 너에겐 미신인 것이다.”

이 책의 부제는 ‘언어와 심리의 창으로 들여다본 한 문제적 정치인의 초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전문적인 분석과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대통령은 진찰과 진단,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상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언어와 행동이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출판사에서 낸 책 소개를 읽으면 이 책이 그다지 휴머니즘(?)에 기초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정치적 방향성과 지향점이 분명하다. 출판사에서는 “(박근혜의 말은) 진지한 접근으로는 사실상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 정치인의 말을 통해 그 사람의 내면세계를 분석한 인문학적 사회정치서이다. 언어와 심리라는 도구를 동원해서 문제적 정치인 박근혜의 심연을 들여다 본다”고 했다. 또한 그 앞에 다음과 같이 의도를 밝혀 두었다.


“비정상적 국정 운영 이전에 비정상적 언어가 존재했다. 우리는 또다시 정치인의 언어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 박근혜의 말에는 박근혜가 감추려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대통령은 도대체 왜 그렇게 말할까? … 문법에 맞지 않는 어법, 유체이탈과 주술적 언어, 불필요한 지시사의 남발 등 온 국민을 갑갑하게 만든 대통령의 말 속에는 비정상적 언어 사회화 과정과 박정희 일가의 비극 그리고 우리 정치사의 흑역사가 담겨 있다. … 박근혜가 감추려던 모든 것이 그 말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말에 현혹되지 않고 정치인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 다음 선거에서 좋은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도 꼭 보아야 할 책이다.”

(최종희 지음/원더박스/1만5000원)


◆ Latests는…
신문에는 마감 시간과 마감일이 따로 있다. 신문에 실리는 책 소개 기사는 대개 하루나 이틀 전에 마감한다. 출판사에서 공들여 만든 책이 마감일 이후에 오면, 대개 간직했다 다음 주 지면에 게재한다. 때로 기사가 밀려 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면에 게재할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이런 책은 매우 아깝다.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홍보가 되지 않아 아쉽겠지만 신문사 입장에서는 좋은 콘텐트를 수용하지 못하니 손해다. 그런 책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여기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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