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러시아가 지난 달 끝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하도록 도왔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러시아 음모설'을 일축하는 한편 친 러시아 성향 인사를 국무장관에 임명할 것임을 시사하는 등 맞불로 응수하고 있다.
트럼프는 11일(현지시간) 미국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우스운 얘기"랴며 반발했다. 그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믿지 않는다"라면서 "(대선에 패배한) 민주당의 또다른 변명"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대규모 해킹을 통해 지난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트럼프는 "해킹이라는 문제는 흥미가 있지만 (누구 소행인지) 아무도 모른다. 러시아인지 중국인지 아니면 어딘가의 침대에 앉아있는 누군가인지 아무도 모른다"고 반박했다.
지난 9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올해 대선에서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승리를 돕기 위해 지원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즉각 "이들(CIA)은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고 말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라며 오히려 미국의 정보기관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평소에도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는 유독 유화제스처를 취해왔다. 따라서 실제로 러시아가 해킹 등을 통해 트럼프를 지원한 것이 입증될 경우 대선 승리의 정당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특유의 정공법으로 조기 진화에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날 인터뷰에선 푸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가 차기 국무장관에 "매우, 매우 근접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렉스는 세계적 수준의 플레이어"라면서 "러시아와도 대규모의 거래를 하고 있고 약 20년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개입설에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외교정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반면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선 강경 기조를 거듭 확인했다. 그는 "우리가 중국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무역 같은 다른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왜 우리가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또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고, 중국이 그 문제를 풀 수 있는데 그들은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기도 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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