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트럼프 거품

시계아이콘01분 55초 소요

[뷰앤비전]트럼프 거품 김영익 서강대 교수
AD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미국 시장금리와 달러가치가 크게 오르고, 주가는 다우지수를 중심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가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적극적 수요 부양책으로 경제성장률과 기업수익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트럼프 정책공약이 현실화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있다. 시장이 이를 인식해가는 과정에 금리, 달러가치, 주가는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정책은 '총수요 부양'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출측면에서 국내총생산(GDP)은 민간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의 합(Y=C+I+G+NX)이다. 트럼프는 GDP를 구성하는 각 부문을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사회간접자본투자 등 재정지출을 늘리겠다고 했다. 다음으로 소득세를 인하해 소비를 부양하고, 법인세를 내려 민간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이익이 증가해 주가가 상승하고 부의 효과에 의해 소비가 증가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여기다가 중국과 멕시코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이 현실화하면 미국의 총수요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고,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동시에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우선 정부부문부터 살펴보자.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은 기업의 과잉투자와 가계의 과소비에 있었다. 1997년 말에 국내총생산(GDP)의 141%였던 민간부문 부채가 2007년에는 186%로 증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시작되자마자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가계 역시 부채를 상환하는 과정에서 소비를 덜할 수밖에 없었다. 소비와 고정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5% 안팎으로 높은 만큼, 민간부문의 위축으로 미국 경제는 2008~09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더 이상의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재정 지출을 적극 늘려 경기를 부양했다. 이와 더불어 과감한 통화정책도 병행한 결과, 2010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가 부실해졌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63%에 2012년 이후로는 100%(2016년 2분기 105%)를 넘어섰다. 미 의회가 정부 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것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의회가 트럼프 정부의 '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정부 부채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분모에 있는 GDP를 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소비와 투자가 증가해야 하는데, 가계와 기업은 아직도 디레버리징(부채축소) 과정에 있다. 먼저 GDP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가계 소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미국 중앙가구의 실질소득이 2015년에 56,516달러로 전년보다 5% 늘었지만, 아직도 1999년(57,909달러)보다 낮다. 실질소득 감소로 가계는 금융회사에 돈을 빌려 소비를 늘렸다. 미국 가계부채가 가처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7년 65%에서 2007년에는 135%까지 올라가 경제위기의 한 원인이 되었다. 그 이후로 줄기 시작해 올해 2분기에는 105%로 낮아졌지만, 가계가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충분히 낮은 수준은 아니다. 올해 10월까지 미국의 가계 저축률이 6.0%로 2013년 5.0% 이후 점차 올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 상승을 우려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정책금리를 올리면 집값과 주가가 하락하면서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Fed가 의회와 더불어 트럼프의 또 다른 적이 될 수 있다.


기업도 투자에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미국의 자금순환을 보면, 2015년에 기업들이 자금 잉여주체로 돌아섰다. 기업들이 금융회사에 빌려 쓴 돈보다 저축한 돈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글로벌 교역 둔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이 설비 투자 감소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거의 모든 산업에서 공급 과잉이 투자 위축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가계가 부실해졌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 초과공급을 해소할 가능성은 낮다. 공급측면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이다. 산업은 존재하지만 그 산업 내의 기업체 수는 갈수록 줄어들어 수급 균형을 맞춰갈 것이다. 트럼프가 기대하는 만큼 투자가 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 초기부터 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정책들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에 나타난 거품 현상이 꺼질 수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