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성회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뒤, 미국 시장 등 선진국 시장은 강세, 신흥국 시장은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달러 강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선진국과 신흥국의 내년 경기 전망은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 증시도 마찬가지다. 내년도 박스권 탈출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낮아지고 있고, 코스피 상승도 ‘대장주’ 삼성전자의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은 불안요소로 지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연말 투자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되는 시점이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MSCI 한국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지속 상향(최근 1개월 변화율 +1.4%, 3개월 +4.3%)되고 있고, 선진국과 신흥국 대비 상대강도도 강화되고 있다. 연중 지속되고 있는 이 변화는 하반기에 더욱 추세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최근 외국인 수급은 한국 증시의 이러한 펀더멘탈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주간 외국인의 대 신흥국 포트폴리오 투자는 22억8000만달러가 순유출(한국 제외 9개 신흥국)됐지만, 한국에는 2주 연속 순유입(10억9000만달러)됐다. 부진했던 11월의 수익률을 단순 비교해봐도 한국 증시의 성적은 신흥국 대비 나쁘지 않았다(11월 MSCI 신흥국 -4.7% 하락, KOSPI -1.2%).
대내적으로는 탄핵 표결, 대외적으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라는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지속될 기간은 길지 않겠고, 이것이 해소될 때 비로소 증시가 반영할 펀더멘탈에 투자 판단의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승빈 KTB투자증권 연구원=이때 시장에서의 가장 큰 관심은 ‘내년을 약속해주는 종목 및 업종 찾기’일 것이다. 시기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1월 효과(January effect)다. 이 효과에 눈이 더 가는 것은 코스피가 9월29일(2068.72pt), 코스닥이 7월 21일(708.12pt)를 고점으로, 하락장세를 연말까지 이어오면서 연초 반등에 대한 기대감과 바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초 대비 코스피는 1.6%상승, 코스피200은 6.6%상승(코스피100 8.6%, 코스피50 11.6%) 중으로 대형주가 시장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10.0%, 5.3%씩 하락하면서 1월 효과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1월 효과를 설명하는 가장 공통적인 이론의 중심에는 소득세에 예민해서 연말에 불균형적으로 많이 보유한 스몰캡 종목을 매도하는 ‘개인 투자자’가 있었다. 직관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연초 주식매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연말 보너스의 영향이었다. 하지만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논쟁이 많은 상태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과거 10년간의 시장을 돌이켜보면 코스피는 3회의 전년 하락과 3회의 1월 반등을 보였다.
하지만 1월의 랠리를 기대하고 전년의 낙폭 과대주에 무조건적인 베팅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낙폭이 컸던 이유가 센티먼트에 의한 단순히 과민반응이었다면 기술적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나, 반등할 만한 동력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들은 회복하기 힘든 국면으로 빠져들 것이다.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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