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대화하려고 했는데 이뤄지지 않아…이도저도 안돼 담화로 발표했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6일 국회의 탄핵 추진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야당과의 대화를 하지 못한 점에 상당한 아쉬움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과 면담 이후 국회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영수회담 수용하고 야당과 대화하려고 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 이도저도 안돼 국정 위기를 풀어볼 마음이 간절해 담화형식으로 발표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과의 접촉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이런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됐다는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야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은 지난달 4일 두번째 대국민담화에서였다. 박 대통령은 담화 말미에 "여야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영수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하지만 야당이 응하지 않자 한광옥 비서실장과 허원제 정무수석을 국회로 보내 설득에 나섰고, 지난달 8일에는 직접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에서 합의해 총리후보자를 추천하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같은 달 14일 영수회담을 제안해오면서 야당과의 대화는 물꼬를 트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추 대표가 당내 뿐 아니라 다른 야당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청와대는 "국정 정상화와 정국안정을 위한 대화를 기대했으나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통보해온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야당의 대화 제의를 기다렸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는 야당이 대화에 나서지 않자 이를 끌어내기 위한 목적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오늘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이도저도 안돼 국정 위기를 풀어볼 마음이 간절했고 결국 담화 형식으로 발표했다" "국회 결정대로 따를 것이고 또 국회 결정대로 평화롭게 법과 절차에 따라서 전권 이양하고 물러나겠다"는 말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즉각퇴진을 요구하며 여당과의 합의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박 대통령은 탄핵의 수순을 밟게 됐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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