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가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 소추안이 상정되기 전까지 여야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일정과 관련해 합의하지 못하면 탄핵안 표결처리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여당 주류 지도부와의 협상을 거부하는 가운데 탄핵안에 사실상 찬성표를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朴대통령, 내년 4월 퇴진 선언하더라도 탄핵안 표결 참여= 비상시국위는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총회를 열고 이같이 입장을 정리했다. 이는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정한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 6월 조기 대선'의 궤를 벗어난 것이다. 비주류 측의 입장이 다시 강경 노선으로 선회했음을 뜻한다. 예컨대 박 대통령이 다음 주 중 여당이 권고한 내년 4월 퇴진을 전격 수용하더라도, 야당이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여당 비주류는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게 된다.
다만 비상시국위는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의원들의 소신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혀, 동참 의원들이 얼마나 찬성표를 던질지는 알 수 없다.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일단 29명이 동참하기로 했다"면서 "비상시국위는 탄핵안 가결에 최선을 다하겠다. 가결 정족수(200명)를 충분히 채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여당 의원 중 최소 40명, 최대 60명이 탄핵에 찬성할 것이란 입장에선 후퇴한 셈이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선 재적의원 300명의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한다. 야 3당과 야권 성향의 무소속을 합하면 모두 172명(새누리당 탈당파 김용태 의원 포함)이 된다. 여당 비주류 중 최소 28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최종 관문인 헌법재판소로 넘겨진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은 47명 선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모두 본회의장에 입장하더라도 어느 정도 탄핵에 찬성했는지는 알 수 없다. 탄핵안이 무기명 투표로 의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야권 이탈표까지 감안하면 불과 1~2표 차이로 가부가 엇갈릴 수 있다 .
다만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흔들렸던 여당 비주류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탄핵안 표결처리 쪽으로 돌아선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 비주류는 그동안 탄핵보다는 4월 퇴진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어 있었다.
◆200+α, -α? 속내 알 수 없는 비주류 표심…촛불 민심이 영향= 앞서 비주류 좌장격인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 일정을 고수했다. 야권과의 탄핵 공조에도 엇박자가 났다. 새누리당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 진영이 강경 노선으로 선회한 데는 전날 열린 촛불집회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사상 최대인 232만명이 참여하면서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명예퇴진'이 아닌 '즉각퇴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여의도 새누리당사를 찾은 일부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를 동시에 외치자 여당 비주류도 민심의 향방을 깨닫게 됐다.
황 의원은 "(비주류의 결정이) 당론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당론으로 정한 건 내년 4월30일까지 (박 대통령이) 퇴진한다는 조건으로 여야 협상에 임한다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이렇게 뜻을 모아 국민께 알려드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분노가 청와대를 넘어 국회를 향하고 있다. 여야가 최선을 다해 합의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황 의원은 다만 다음 주 비주류 의원들과 박 대통령의 청와대 회동과 관련해 "아직 그런 요청은 없었다"면서 "요청이 오더라도 (지금 시점에선) 이 만남이 적절치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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