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중일 정상회의가 다음달 예정되어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될 것으로 보여 정상회의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갈피를 못잡는 사이 일본은 조급한 모습을, 중국은 관망하는 등 각기 다른 속내를 보이고 있다.
30일 정부에 따르면 2012년 5월 개최 이후 3년여간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의는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리면서 매년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를 놓고 우리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의 복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 업적이라고 평가해왔지만 박 대통령의 탄핵 위기에 몰리면서 한중일 정상회의도 1년만에 다시 중단될 처지에 빠졌다.
전날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도쿄에서의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문제와 관련해 "의장국인 일본을 중심으로 개최 일자를 지금도 조율 중이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일정이 확정되면 박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정상회의와 관련한) 구체적인 진전이 없고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더 이상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말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일본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회의 참석을 희망하는 모양새다. 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郞) 일본 관방부 부장관은 자국 정부가 내달 도쿄에서 개최를 추진 중인 한일중 정상회외와 관련, "연내 실시를 위해 조정을 계속할 것"이라며 정상추진을 희망했다. 지난해 말 이뤄진 한일 간 위안부합의에 대해 성실히 이행한다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야 하는 것은 물론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역사ㆍ 영토 등 풀어야 할 문제도 많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정부는 한국의 내정문제라며 관망하고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내용의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한 중국의 입장을 요구받자 "나는 이것이 한국의 내부사무(내정)라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했다.
중국 외교부가 원론적인 차원이긴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및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등 최근의 한국 상황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달 16일에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의 한국 배치에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혀 중국으로선 한중일 정상회의가 내키지 않은 상황 아니냐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일본은 현재 내달 19일과 20일 두 개의 날짜를 두고 협의를 벌이고 있지만 정상회의의 한 당사자가 빠지면 3국 회의 역시 개최 의미가 약해지는 만큼 회의 무산책임을 한국에 떠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외교 전문가는 "3년간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담을 매년 정례화 하지 못한다면 중국과 일본이 회의 무산책임을 한국에 돌릴 수 있다"며 "외교적인 신뢰가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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