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재협상 최후 통첩
[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일대일 맞짱 뜨기'를 좋아하는 미국 제45대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28일(현지시간) 국부로 추앙받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사망으로 슬픔에 잠겨있는 쿠바를 겨냥해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만약 쿠바가 쿠바 국민과 쿠바계 미국인, 미국을 위한 더 나은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면 (버락 오바마 정부와 맺었던) 협정을 끝내버리겠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쿠바 정부가 오바마 정부와의 쌓아온 협상은 모두 무시한 채 더 많은 양보를 하든지, 양국관계 개선을 백지화하든지 양자 선택을 하라는 압박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측근이자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라인스 프리버스도 하루 앞서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양국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쿠바의) 이런 변화들이 더 필요하다는 게 트럼프 당선자의 신념"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기존의 협상과 관례는 무시한 채 주변국과의 양자 협상을 통해 미국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누차 강조해왔다. 미국과의 일대일 협상 자체가 상대국에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철저히 이용하겠다는 셈법이다. '협상의 기술'이란 베스트셀러도 냈고, 평소 '이기는 법을 아는 탁월한 협상가'라고 자부해온 트럼프 당선자다운 발상이다.
이는 트럼프 당선자의 평소 기질과도 잘 맞닿아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달 초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지지연설을 하던 조 바이든 부통령이 "내가 학생이었다면 트럼프 당선자를 '체육관 뒤(behind the gym)'로 끌고 갔을 것"이라고 도발한 적이 있다. 시쳇말로 '방과 후 체육관 뒤에 만나 맞짱을 뜨고 싶다'는 의미였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에 대해 유세 연설을 통해 "체육관 뒤로 가서 한판 붙는 것이야말로 평소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방식"이라면서 "누구라도 단번에 때려눕힐 자신이 있다"고 장담했다. 이 장면은 당시 CNN 등을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21일 온라인을 통해 취임 100일 최우선 추진 국정과제를 공개할 때도 이 같은 스타일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의 탈퇴를 공언하는 대신 다른 나라와는 "양자 협상을 벌여 미국의 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캠프에선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 '원점(Ground Zero)' 협상이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 초대 법무 장관에 발탁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과 외교 고문 왈리드 파레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아예 '원점에서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힘을 앞세운 최후통첩식 파격 협상 방식을 즐겨 사용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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