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큰 혼란을 겪었던 멕시코 금융시장이 점차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국경간 장벽건설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과도한 공약이 수정되거나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멕시코 증시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 이틀간 7% 가까이 빠졌지만 이후 추가 급락 없이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22일(현지시간)에는 1.14% 상승 마감했다. 멕시코 증시는 연초 대비 여전히 4.3% 올라 있는 상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감옥에 보내겠다던 트럼프 당선인이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처럼 멕시코와의 장벽건설도 일부 지역에 울타리를 세우는 것과 같이 상징적 움직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공약한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폭탄 역시 앞뒤 사정을 따져보면 그대로 현실화하기 어렵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는 올 6월까지 1년간 미국 수출의 16%가 멕시코를 향했다면서 멕시코와의 무역전쟁으로 미국 기업들이 입을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멕시코의 낮은 임금에 의존해 생산, 완성품으로 수입해오던 것을 미국에서 생산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은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공산품 가격 상승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모건스탠리는 설사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화된다고 해도 멕시코 전체가 충격을 받기보다는 산업별로 영향이 엇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멕시코페소 하락과 이에 따른 금리인상 역시 수출과 여행산업, 금융계 등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5.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멕시코 시멘트 제조사 시멕스와 구리광산업체 그루포 멕시코는 수혜를 받을 기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모건스탠리는 "통화하락과 금리인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부문을 구분해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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