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도 기준금리 인상 불가피
주담대 등 부채관리 발등의 불
소비·투자 위축도 가속화 전망
내리막 수출도 엎친데 덮친격
장기자산 많은 외환보유액
3700억달로 안심 못할 수준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미국 금리 인상 시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연초부터 예상됐던 금리 인상이 연말까지 늦춰지면서 충격파에 대비한 준비를 할 기회는 충분했지만 현재 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소비·투자 위축 등 현재 상황을 보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가 어렵다. 내년 한국 경제에 큰 파도가 밀려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17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 출석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달 초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위원회는 목표금리 인상의 근거가 더 강해졌다”며 추가 발표될 경제지표들이 양호하다면 “금리 인상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적절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때 금리 전망이 불투명해지기도 했지만 내년에 오히려 적극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연출될 공산이 커졌다.
미국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우리 경제에는 취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7일 “미국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서민 취약계층 고통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13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외화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도 일정 시차를 두고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나설 수밖에 없다.
수년간 가파르게 증가한 주택담보대출 등 부채 관리에 경고등이 켜지게 되는 셈이다. 이미 일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대까지 오르는 등 금리 상승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금리 인상은 다시 부동산 자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거나 소비·투자 위축을 한층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소비는 5년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설비투자도 전년 동월 대비 4.2% 줄었다.
연중 하락세를 지속했던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경우 그해 자동차용 엔진·부분품 수출액은 2억4500만달러 감소하는 등 자동차 2억800만달러, 기타 제조업 제품 4300만달러, 섬유사·직물 2100만달러 등 수출액이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3752억달러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적정외환보유액 권고기준을 '3개월치 경상수입액+유동외채+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3분의 1'로 제안하고 있다.
우리나라 단기 대외채무는 지난 2분기 기준 1068억달러, 최근 3개월 수입액은 1022억달러다. 여기에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 주식 보유액 469조원, 상장채권 보유액이 91조6000원으로, 미화로 환산하면 4700억달러 가량 되며 3분의 1은 1566억달러다. 이를 모두 더하면 3656억달러로 현재 외환보유액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아 넉넉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외환보유고가 3600억달러를 넘는다고 해도 유동성 중심으로 자산 운용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 중심으로 운용되면서 장기 자산에 묶여 있다”면서 “막상 문제가 생겼을 때 가용한다고 하면 최소한 20~30%의 자산 손실을 감내해야만 해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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