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과 10분간 면담…"경제, 국회에서 힘 모아달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위기에 직면한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여야가 국무총리 후보자를 추천하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2일 김병준 총리 내정자를 발표한 지 일주일만에 결국 여론의 압박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대통령으로서 저의 책임을 다하고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해서 만나러 왔다"면서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해주신다면 임명해 내각을 통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정 의장의 회동은 불과 10여 분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우리의 수출부진,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경제가 어렵다"면서 "국회에서 힘을 모아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김병준 카드를 끝내 철회한 것은 여론과 친박(친박근혜)계를 제외한 여야의 압박이 거셌기 때문이다. 여야는 "총리 임명은 국회에 맡기고 대통령은 2선으로 물러나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특히 지난 4일 박 대통령은 두번째 대국민사과에서 김 내정자를 전혀 언급하지 않아 "총리에게 모든 권한을 이양하지 않고 언제든 복귀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박 대통령은 전날 한광옥 비서실장과 허원제 정무수석을 국회로 보내 영수회담 일정 조율 등을 협의하도록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응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성사시키지 못했다. 특히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김 내정자의 지명을 철회하고 국회에서 추천하는 총리에게 전권을 주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며 한 비서실장의 방문을 거부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김병준 카드 철회는 이날 오전 청와대 브리핑에서도 감지됐다. 정연국 대변인은 김 내정자 철회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국회방문에서) 모든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야당에도 회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전히 협조요청을 하고 있고 조율하는 중"이라면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당내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서 어떤 말씀을 하실 것"이라며 총리 철회를 암시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오전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출근하지 않고 자신이 교수로 재직중인 국민대에서 강의를 진행했다.
박 대통령의 국회방문은 지난달 24일 예산안 시정연설 이후 보름만이다. 연설이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국회를 찾은 것은 지난 2013년 9월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여야 회담 이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 본관에 도착해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영접을 받았으며 본관에 들어선 이후에는 야당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관심을 모았던 야당대표의 회동 참석은 성사되지 않았다. 정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야당 대표들과의 회동은 추후 성사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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