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이민우 기자]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를 마친 대학생들이 종로를 거쳐 광화문광장에 합류했다.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에 따르면 이날 시국대회에는 총 99개의 학생단체 소속 대학생 1000여명이 모였다.
행진에 앞서 대학생들은 "이재만 총무비서관 꼬리 자르겠습니다. 최순실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처벌을 위해 꼬리 잘라보겠습니다"라며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무대에 오른 대학생들이 '최순실', '안봉근', '이재만' 등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및 문고리3인방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의 이름을 줄에 걸어놓고 하나씩 잘라냈다. H대, C대, S대 등 각양각색의 학교 과잠을 입고 있던 이들은 연이어 함성을 질렀다. 흩날리는 깃발에는 박 대통령 퇴진을 염원하는 검정 리본이 달려 있었다.
시국회의에 참석한 동국대학교 청년학생진보모임 '달려라 진보'의 최환 학생은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당시에도 국민을 외면했고 일본에게 10억엔 받고 위안부 합의했다"며 "정부가 해결하리라 믿었지만 대체 무엇이 바뀌었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최씨는 "우리를 국민으로 생각한다면 우리의 목소리를 이렇게 무시하진 않을 것이다"라며 "박 대통령에게 국민은 선의의 도움을 준 기업인만 해당하는가"라고 덧붙였다.
송예인 한신대학교 학생은 "2년 전 차갑게 잠긴 사람들의 모습에 우울하고 물대포에 맞고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의 모습에 우울하다"라며 "민중은 이번에도 질 것만 같은 불안감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반드시 바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학생들은 공동선언문에서 "박 대통령과 '아는 동생' 최순실의 부패·비리가 폭로될 때마다 이게 '막장 드라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다"라며 "박근혜 정부는 아는 동생들은 챙겼지만 제일 중요한 국민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대학생들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발언을 여러 번 했다. 우종욱 홍익대학교 총학생회장은 "박종철 열사, 이한열 열사 등 선배들이 목숨 바쳐 이룩한 민주주의가 이대로 가도 괜찮냐"며 "부끄러운 후배가 되지 않기 위해 이 시대가 부여한 우리 대학생들의 소명을 외면하지 말자"고 말했다. 박예슬 경기대학교 총학생회장도 "국민으로서, 앞으로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대학생으로서 잘못된 것에 올바른 목소리 내는 것은 나라의 주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대학생들은 민중가요 외에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개사해서 부르기도 했다. 노래에서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왔던 사슬을 벗어 던진다 지금 내게 확신만 있을 뿐 남은 건 이제 승리뿐'이라는 부분이 나오자 이를 따라 부르는 학생들도 있었다.
시국대회가 끝난 오후 3시20분쯤 이들은 마로니에 공원~종로5가를 거쳐 광화문을 향해 행진했다. 행진하는 동안 길거리 시민들은 대학생들을 향해 박수를 쳐주며 호응했다. 이들은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 없이 행진 시작 40분쯤 뒤인 오후 4시에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되는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 합류했다.
한편 이날 대학생 시국대회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개최됐거나 개최될 예정이다. 충청권은 오후 2시30분 대전 타임월드에서 이미 시국대회가 열렸다. 영남권은 오후 5시 부산 서면, 호남권은 오후 5시 광주 금남로에서 열릴 예정이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