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내달 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중국인의 미국 부동산 투자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부동산 전문 정보 업체 쥐와이(居外)가 최근 미국의 부동산 에이전트 및 전문가 416명과 중국 부동산 투자자 5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중국인의 미국 부동산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50%에 달했다. 투자가 줄 것이라는 응답률은 40%였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중국인의 미국 부동산 투자가 줄 것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3분의1가량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는 비율(34%)과 엇비슷했다.
이는 트럼프나 힐러리 모두 해외 부동산과 관련한 이렇다 할 공약을 내걸지는 않았으나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가 소유한 초호화 부동산 기업을 기반으로 해외 부동산 '큰 손'으로 떠오른 중국의 투자자에게 보다 유리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SCMP는 분석했다. 전체 응답자 중 55%는 트럼프의 부동산 정책이 클린턴(54%)보다 투자에 유효할 것으로 봤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관 나이트 프랭크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인의 미국 부동산 투자 규모는 51억달러(약 5조82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증가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연일 쏟아내는 '막말' 탓에 중국인들 사이에서 그의 인기가 높은 편은 결코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달 26일 열린 대선 토론에서 많은 기업이 미국을 떠나는 문제가 나왔을 때 "중국이 미국을 돼지 저금통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발언해 중국 언론과 네티즌의 집단 반발을 산 바 있다. 트럼프가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주동하고 있다"고 공격하자 중국 언론들은 "오히려 미국이 제일 큰 (환율) 조작국이며 중국의 위안화 정책은 합리적"이라고 맞받아쳤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5일 발표한 올해 중국인의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37%가 클린턴을 꼽았다. 트럼프는 22%였다. '비우호적인 인상의 후보가 있는가' 질문에는 클린턴이 35%인 반면 트럼프는 40%의 응답률을 보였다.
매튜 무어 쥐와이 아메리카 대표는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나온 막말은 불확실성을 키우기 때문에 중국 투자자들은 미국 대선 후보 중 누구든 이런 말을 하면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여긴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인 대부분은 트럼프의 막말이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자국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협상할 수 있다고도 본다"고 말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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