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향후 생활가전의 성장동력은 기업간거래(B2B)사업입니다. 오는 2020년 시스템에어컨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 전 세계 에어솔루션 부문 리더로 도약하겠습니다."
지난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6'에서 서병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이 밝힌 목표다. 그 후 약 한 달 만에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에어컨 전문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유럽 에어컨 시장을 본격적으로 잡겠다는 서 부사장의 전략이다. 당시 서 부사장은 "B2B 시장을 키우려면 결국 사업부장 등 윗선에서 발로 뛰어야 한다"며 "삼성전자는 '360카세트' 등 뛰어난 시스템에어컨 제품을 갖고있는데 이를 알리려면 건설 시행사나 설비설계 담당자 등 엔드유저(소비자)보다는 윗선을 뚫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삼성전자는 내년 1월 생활가전 사업부 산하 별도법인 SEACE(삼성전자 에어컨디셔너 유럽)을 유럽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설립한다. 유럽 지역 17개국에 산재해 있던 에어컨 판매 조직을 통합해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영국법인에 속한 에어컨 영업담당, 이탈리아 에어컨 영업담당 등이 모두 유럽 에어컨 판매법인 소속으로 통합해 관리한다는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에어컨 영업전략을 법인마다 별도로 통보해 관리했지만 앞으로는 한 번에 제품과 영업을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에어컨 시장으로 고효율ㆍ친환경 등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올해 시장 규모는 36억 달러에서 2020년 4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서 별도 법인을 운영하면서 ▲우수 인력 확보 ▲전문유통 개척 ▲현지 맞춤형 상품기획과 기술지원 ▲서비스 강화 등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미 현지에서는 관련 마케팅ㆍ기술 인력 등을 채용 중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삼성전자의 유럽 물류법인이 위치한 곳이라 지리적으로도 알맞다. 암스테르담이 유럽 전역으로 제품을 보내는 허브 항구인데다 삼성전자 유럽 물류법인이 있어 제품을 전체적으로 통합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는 최근 빌트인 가전과 시스템 에어컨으로 대표되는 B2B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시스템 에어컨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작년 10월에는 전 세계 주요거래선 800여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포럼을 개최했다. 또한 작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 세계 134개 도시에서 1만3000여명의 거래선을 대상으로 360 카세트, DVM S 등 혁신적인 신제품들을 대거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글로벌 로드쇼를 진행한 바 있다. 원형 디자인의 시스템에어컨 제품 '360 카세트'로 국내에서도 주요 빌딩에 제품을 공급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북미 시장에서는 에어컨 사업을 키우기 위해 2014년 에어컨 전문 유통업체 콰이어트사이드를 인수했다. 전문 유통업체를 인수하면서 매출은 이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유럽에서도 별도 법인을 설립해 업계 최초로 단일 품목에 대한 전문 판매법인을 설립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에어컨 시장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전체 시장규모만 43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시스템에어컨 시장은 빌트인이 활성화된 해외에서 더욱 주목되는 시장이다. 아직까지는 일본 다이킨이 시장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는 입장이다. 서 부사장은 "유럽 에어컨 시장에 특화된 제품과 서비스 제공, 마케팅 강화 등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칠 것"이라며 "2020년까지 2배 이상 매출 성장을 이뤄 유럽 톱3 브랜드에 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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